지난 3일 찾은 네팔 트리슐리강 하류의 치트완. 시내에 있는 2층짜리 건물로 들어서니 한 여성이 동생을 찾는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라수와에서 실종된 남동생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차에 우연히 인터넷 동영상 클립에서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동영상을 올리신 분이 누구인지 꼭 찾아서 연락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영상이 찍힌 시점과 장소를 특정하면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옆에서 사연을 들으며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아르준 부살(31)씨는 실종자를 찾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튜버다.
12년 이상 무료 봉사로 이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3000명을 찾아줬다고 한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가족들의 상봉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번 네팔 홍수에서는 그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생존한 실종자를 찾아 준 것은 한 명뿐이고, 나머지 7명은 신체의 일부만 어렵게 가족에게 인계했을 뿐이다.
부살씨는 "이 지역으로 많은 시신들이 떠내려오고 있는데, 온전한 형태의 시신은 거의 없다"며 "그나마 방법은 시신에 있는 타투나 흉터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려서 가족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에 이런 특징이 없으면 "누구인지 알아볼 단서가 거의 없다"며 "발견된 수많은 시신 중에서도 오늘 기준으로는 8~10구 정도만 신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부살씨가 실종 가족을 찾은 일에 나선 것은 외삼촌을 무려 25년 만에 극적으로 찾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외삼촌을 어렵게 찾은 이후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을 직접 도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대규모 지진 발생때도 봉사활동을 했던 그이지만, 이번 대홍수는 상상 이상의 재앙으로 각인됐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에게 물어봐도 지금까지 네팔에서 이런 대재앙은 겪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며칠 전에는 "일가족 11명 중 9명이 실종돼 밤 12시까지 수색한 끝에 2명만 겨우 구조했다"면서 "나머지 9명은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렵게 시신을 찾은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냐고 물으니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그 순간의 반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너무나 큰 슬픔에 눈물을 흘릴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가족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피맺히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7명이 무보수로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아니지만 구독자가 28만명에 이른다. 일반 시민들에게 작은 광고나 협찬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사비를 들여 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부살씨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네팔인들이 한국에 많이 나가있고, 이번 대홍수 때도 한국에서 큰 지원을 해주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문을 나서려니 앞에 가득히 쌓인 물건들이 보였다. 그는 "주변에서 홍수 피해자들을 도와 주라고 보낸 것들"이라고 했다.
4일 그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신 그의 SNS에는 차량 12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라수와로 구호품을 가지고 떠나고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