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엑시트 투 노웨어'(Exit to Nowhere)에서 림킴은 앨범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담당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은지,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영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큰 그림을 그렸고 정리한 내용을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의도하고 기대한 바가 잘 구현됐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신스(신시사이저) 기반 사운드를 다루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한 사람의 '보컬리스트'이자 '아티스트'로서, 또한 현재를 사는 '30대 여성'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낸 '엑시트 투 노웨어'는 총 7곡이 실린 앨범으로 세상에 나왔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사옥에서 림킴은 인터뷰해, '엑시트 투 노웨어'의 제작기를 요청했다. 두 번째 편에서는 '앨범 전반'을 다룬다.
그간 겪은 삶의 장면을 포착해 곡에 담았다는 림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을 포착해 넣었는지 묻자, 림킴은 "곡마다 다른 것 같긴 하다"라면서 선공개곡인 '인사하세요'(Feat. 브리 런웨이)가 "가장 장면이 잘 떠오르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 데뷔했을 때 갑자기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됐어요. 그냥 고등학생이었는데 뭔가 너무 화려한 무대나, 화려한 파티 이런 곳에 어떻게 보면 처음 가는 거잖아요. TV에서만 보던 분들도 있고… 너무 다른 세상이라고 할까요? 갑자기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낯설고… 뭔가 익숙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익숙한 척해야 하니까 상반된 감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거를 함축한 장면이 '인사하세요'의 얘기하는 장면인 거 같은데 실제로 인사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던 거 같고요. (웃음) 그림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제일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여섯 번째 트랙인 '나우 히어'(Now Here)는 '하얀 방'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작업한 곡이다. 림킴은 "음악을 처음 제가 만들기 시작했을 때 작업실을 얻었다. 하얀 방, 원룸 같은 그런 작업실이었는데 그 하얀 방 안에서 저 혼자서만 창작을 하는 거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 누군가의 간섭 없이, 어떤 방햇거리도 없고 나와 이 공간만 있는 그 느낌과 장면을 계속 생각하면서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드레스와 글로잉독 두 사람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림킴은 "드레스님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었고, 오가면서 저한테 추천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되게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해서 뭔가 궁금증이 있던 와중에 먼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고, '너무 좋다'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순조롭게 됐다"라고 답했다.
드레스와 오랜 인연을 지닌 글로잉독도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글로잉독의 합류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 같다"라고 림킴은 돌아봤다. 두 사람은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으나 그래서 '상호 보완'이 가능했다.
림킴은 "드레스님은 뭐랄까 강렬한 불같은 에너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음악에서 뭔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많이 느껴진다. 글로잉독님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멜로우하면서 사운드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물 같은 느낌이다, 부드럽고. 그래서 이게(두 스타일이) 사운드로 겹쳐졌을 때 굉장히 묘한 조화를 이루더라"라고 돌아봤다.
두 사람의 '딱 맞는 상호 보완'을 인지했던 림킴은 "음악 작업은 그래서 되게 신뢰했다. 내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이분들의 큰 그림이 명확하기 때문에 결국 이게 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마스터까지 나왔을 때 '오, 진짜 그렇네!' 하고 느꼈다"라며 "수월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앨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은 직접 책임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담당한다는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맡는 것인지 설명을 요청했다. 림킴은 "딱 명확하게 역할을 정리하기 어렵지만, 크게 보자면 일단 음악과 비주얼의 방향성, 전반적인 퀄리티 컨트롤(완성도 제어) 같은 걸 다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비주얼적으로 봤을 땐, 어떤 이미지를 가져갈 건지 전하고 아니면 레퍼런스는 이거다 하고 줄 수도 있다. 조금 더 딥(deep)하게 이미지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한다. 감독이나 실무자 등이 이해하도록 세세하게 정리한다. 음악은, 장르 정리했고 이런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내용을 드리면 프로듀서분들이 구현해 주셨다"라고 부연했다.
림킴이 걸어온 각기 다른 단계를 표현한 영상은 총 세 개 챕터로 구성했다. 선공개곡 '인사하세요'의 비주얼라이저, 타이틀곡 '네버 고나 비 얼론'(Never Gonna Be Alone) 뮤직비디오, 또 다른 타이틀곡 '스루 더 글로우'(Through the Glow)의 에필로그 필름을 만나볼 수 있다.
'2026 베를린 뮤직비디오 어워즈(BMVA'에서 미츠키(Mitski)의 '웨어스 마이 폰?'(Where's My Phone?)을 연출해 감동상을 받은 미국의 노엘 폴(Noel Paul)이 영상을 담당했다. 영상 세 편은 모두 이탈리아 현지에서 찍었다.
"저도 활동을 나름대로 오래해 왔지만, 조금 뭐랄까… 뭔가 여자 솔로 뮤지션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엄청 다양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앨범의 방향성도 그렇고 비주얼적으로도"라고 운을 뗀 림킴은 "앨범이든 싱글이든 작업할 때 조금 더 '다양하게'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까 이번에도 해외 감독을 포함해 다양하게 리스트 업을 했다"라고 밝혔다.
노엘 폴도 그 목록에 포함된 인물이었다. 림킴은 "이전 작업을 보면 미츠키를 비롯해 해외 아티스트와도 많이 했고, 아트 필름적인 느낌이 있어서 '어, 좀 새롭겠다? 신선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 역시 한국에서 자기한테 연락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영상 작업은 노엘 폴이 메가폰을 잡고, 비주얼 디렉터까지 총 셋이 논의하며 만들었다. 림킴은 "이번에는 제가 좀 더 키워드나,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를 많이 이야기했다. 저는 신스 사운드가 어떻게 보면 좀 클래식한 요소를 가져가는 부분이 있다고 봤고, 그걸 필름에도 접목하려고 했다. 감독은 나름대로 자기 방식으로 풀어낸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것으로 '퀄리티 컨트롤'을 꼽은 림킴은 "아무래도 비디오 작업이 그랬다. 해외 감독이다 보니 너무 문화, 환경이 다르기도 하니까 (생각하는 게) 다른 부분이 꽤 많이 있었다. 시차가 있으니 그런 것들을 바로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소통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림킴은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가 생각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게 좀 다른 게 있었다. 그걸 맞춰가는 작업이 제일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믿자' 했고, 어떤 부분은 '이건 내가 맞는 것 같다' 하면서 '주고받기'를 했다"라며 "모든 작업이 사실 100% 만족할 순 없는 것 같다. 최소한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만 지키려고 했고 그런 건 그래도 어느 정도 한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앨범 표지와 디자인은 그동안 수많은 영화 포스터를 제작한 '빛나는'의 박시영 디자이너가 맡았다. 림킴은 "원래 제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너무 신기했다. 너무 작업을 잘해주셔서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식 발매 하루 전인 7월 21일, 림킴은 왓챠피디아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라이카시네마에서 정규 2집 '엑시트 투 노웨어'의 프리(사전) 리스닝 파티를 열었다. 그는 "되게 오랜만의 앨범이었고, 공연도 제가 한 번도 안 해서 오프라인으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처음엔 그냥 리스닝 파티라고 생각해서 형식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신 분들 반응이나 얼굴을 봤을 때 '이게 되게 좋은 자리다!' 싶더라"라고 말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응원해 준 이들도 많이 왔고,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다. 림킴은 "어떤 분은 어렸을 때는 CD 살 돈도 없었는데 지금은 살 수 있다며 귀여운 이야기를 들려줬고, 몸이 아프신데 제 음악을 듣고 너무 힘을 얻어서 오시게 됐다는 분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단독 공연을 아직 한 번도 열지 않은 것은 이날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이었다. 림킴은 "저도 왜 이렇게 공연을 안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근데 한 번 할 거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미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올해 혹은 내년에 작게나마 하게 되지 않을까. 공연은 계속 기획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긴 했으나, 끝내 앨범을 만들어 내 세상에 들려준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림킴은 "이 시기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잘 담아내려고 했고, 그거를 하나의 앨범으로 남기게 된 거를 축하하고, 너무 수고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할 일은 많겠지만 지금처럼 늘, 좀 잘 나 스스로를 깊이 생각하면서 잘 더 해나가면 좋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제 이야기긴 하지만 처음 만들 때부터 저랑 비슷한 사람이 항상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저도 한국 서울에 사는 30대가 된 여성이고, 저와 비슷한 또래는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누구나 겪을 만한 삶의 경험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뭔가 좀 응원처럼 느껴지면 좋겠고, 이 감정들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거든요. 그런 게 음악을 통해 잘 전달되면 좋을 것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