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르포]상상하던 미래, 벌써 현실로…'IFA'로 베를린 들썩 ②[르포]삼성은 왜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전시장'을 떠났나 ③LG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미래의 집은 뭘까 ④[르포]춤추고 재롱 떠는 中로봇, 하지만 샌드위치 못 만들어 (계속) |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IFA의 미래 기술 전시관 'IFA넥스트'는 가장 역동적인 전시관으로 꼽힌다. 지난 4~5일(현지시간) 기자가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본 광경은 '마오이클랩'에서 개발한 로봇손 2개가 바쁘게 박스를 접고 있는 모습이었다. 종이상자 도안을 접고 차근차근 뒤집으며 상자의 모양을 갖춰나갔다.
그 옆에서는 '도봇'의 아기 판다 로봇이 재롱을 부리듯 몸을 위아래로 흔들며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또 멀지 않은 '아이모가 로보틱스' 부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강아지 머리 모양의 4족 보행 로봇이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교감하듯 움직였다.
이어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자 '부스터 로보틱스'의 작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수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듯 검은 정장에 중절모를 쓴 로봇들이 노래에 맞춰 일제히 같은 동작을 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자가 로봇에 시선을 빼앗긴 뒤 해당 기업의 부스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중국 기업들이었다. 마치 로봇 개발을 중국이라는 한 국가가 담당하기라도 한 듯 'IFA 넥스트'는 중국 기업들의 쇼룸처럼 느껴졌다.
런웨이를 걷는 로봇…커피 든 종이컵 옮기는 '로봇 손'
이번 IFA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모델처럼 런웨이를 걷는 '로봇 온 더 런웨이(Robot on the Runway)' 행사도 마련됐다. 기술과 움직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는데,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 다수가 유니트리, 도봇, 딥 로보틱스 등 중국 기업들이었다.
올해 IFA에 처음 참여한 중국 기업 샤오미 역시 AI홈 제품들과 함께 전기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을 선보였다. 전시관을 가로지르며 눈길을 끈 사이버원은 사람들과 주먹을 맞부딪치거나 손가락 하트를 함께 만들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 가지 볼거리는 로봇의 '손'이었다. 최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달리기, 권투 등 운동 능력을 보여주는 로봇들이 종종 관심을 끌었지만, 이런 로봇들이 정작 물컵도 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 효용성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그래서 로봇업계에서는 정밀한 손 조작 능력을 휴머노이드의 상용화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종이컵, 유리컵, 플라스틱컵 등을 구분해 적절한 힘으로 쥐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일은 로봇에게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정교한 로봇 손을 선보인 기업 가운데 하나는 중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모바(MOVA)였다. 모바의 'Knot80'은 인간의 팔과 손 움직임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더 높은 기능성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탁구공만 한 플라스틱 공과 유리병을 정해진 위치에 옮기는가 하면 종이컵에 커피를 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사람처럼 정교한 손동작은 아니더라도 집게 모양의 손으로 커피를 따르거나 매대에서 과자 봉지를 집어 전달하는 중국 기업 유니엑스 AI의 로봇 '완다 2.0'과 '팬서'도 로봇이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왔다는 인상을 남겼다.
로봇뿐만 아니라 올해 IFA 전반에서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올해 IFA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약 200개 늘어난 932곳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훌쩍 성장했지만, 우리 곁에 오기엔 아직
중국 기업들의 로봇 기술력은 분명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일상에 녹아들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로봇청소기가 청소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양말을 인식하고 집게손을 꺼내 특정 장소로 옮기려 했지만 양말을 제대로 잡지 못해 원하는 위치에 떨어뜨리지 못했다. 샌드위치를 만들던 로봇은 상추를 집지 못해 빵 위에 빵을 덮어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또 샤오미의 사이버원도 부스를 가로지르며 활보하긴 했지만, 곁에서 사람이 따라다니며 혹시 모를 충돌이나 넘어짐에 대비했다. 박스를 만들던 로봇 집게손도 박스 1개를 완성하는 데 1분이 걸리며 속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LG전자나 삼성전자의 AI홈 기술력에 미치지 못해 이 같은 로봇 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샤오미 관계자는 "로봇은 피지컬 AI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제품"이라며 "샤오미 역시 사람과 집, 자동차를 연결하며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운영되는 종합적인 AI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