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21년 식약처장에게 한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챙겨 달라고 연락한 일을 두고 '공익 민원'이냐 '청탁'이냐 공방이 뜨겁다. 김 후보자는 국내 바이오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중소기업의 억울함을 대변한 "공익적 고충 민원 전달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그런데 공시와 1심 판결을 보면, 해당 회사인 제넨셀은 매출이 거의 없는 3년 적자 회사였고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근거는 허위로 드러났다.
그 사이 세종메디칼이라는 상장사가 임상 승인 직전 이 회사를 113억 원에 사들였다. 제넨셀 창업자는 승인 일주일 전 60억 원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김 후보자가 감싼 게 정말 억울한 중소기업이었는지, 아니면 상장사를 낀 머니게임이었는지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년 내리 대규모 적자… '코로나 치료제' 내세운 회사의 민낯
제넨셀은 김승원 후보자의 이른바 '임상 승인 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강모 경희대 교수가 2016년 세운 바이오 벤처로, 원래 담팔수 추출물로 대상포진 치료제를 만들던 곳이었다. 담팔수는 제주 등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2020년 코로나가 번지자 이 회사는 같은 물질에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다며 코로나 치료제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공시 자료를 보면 회사 재무는 부실했다. 제넨셀의 2020년 매출은 1억5천만 원, 당기순손실은 17억8천만 원이었다. 2019년과 2018년에도 각각 15억 원, 1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 두 해 매출은 각각 3789만 원, 4582만 원으로 5천만 원에도 못 미쳤다. 3년 내리 대규모 적자였고, 팔아서 버는 돈은 사실상 없었다. 신약 하나에 사운을 건 초기 바이오라 적자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지만, 문제는 그 신약의 근거였다.
강 교수는 재작년 1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가 코로나에 감염시킨 햄스터로 동물실험을 한 사실이 아예 없는데도, 실험을 한 것처럼 자료를 꾸며 코로나 치료제 특허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실험 과정에서 햄스터가 폐사하고 토혈·폐 비대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 정황을 숨긴 점도 유죄로 봤다.
검찰은 회사의 사업 가치를 더 의심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강 교수는 애초부터 개발 성공이 아니라 개발 과정을 언론에 홍보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회사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자본시장법 위반)로도 유죄를 받았다. 허위 자료로 정부출연금 약 101억 원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친 사기미수 혐의까지 유죄였다. 승인을 받은 뒤에도 이 회사는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임상은 중단됐다. '치료제 개발'이 목표였는지, '승인'이라는 뉴스 한 줄이 목표였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 측은 이 회사를 "관내 대학 산학협력단이 설립한 것으로 이해한" 국내 중소기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제넨셀은 강 교수가 개인적으로 세워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다. 부당하게 차별받는 중소기업을 도왔다는 김 후보자 측의 해명과, 허위 자료로 승인을 따내 유죄까지 받은 회사의 실제 모습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주인 들어오자 300억… 승인 2주 전 돈이 움직였다
이 회사를 산 상장사 세종메디칼은 원래 바이오와 거리가 멀었다. 복강경 수술에 쓰는 투관침을 국내 처음 국산화해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던 의료기기 회사다. 그런데 2021년 8월, 창업자가 지분을 투자사 A사에 넘기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회사는 수술기구 대신 바이오로 방향을 틀었다.
새 주인은 회사 금고에 있던 돈이 아니라 밖에서 돈을 끌어왔다. 이때 쓴 방식이 '메자닌'이다. 메자닌은 '지금은 돈을 빌려주되, 나중에 회사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갖겠다'는 조건이 붙은 자금이다. 빌려준 쪽은 주가가 뛰면 싼값에 주식을 받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표적이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7월 이사회에서 이런 메자닌을 발행하기로 하고 9월에 돈을 받았다. 회사가 공시한 내역을 보면 이때 들어온 돈은 BW 100억 원과 CB 200억 원, 모두 300억 원이다. 돈을 댄 곳은 신설 투자조합 두 곳이었다. BW 100억은 A사가 최대 출자자(90.5%)인 B조합이, CB 200억은 C사가 최대 출자자인 D조합이 댔다.
그리고 세종메디칼은 이 돈 가운데 약 113억 원으로 제넨셀을 샀다. 2021년 10월 19일, 강 교수가 가진 제넨셀 주식 66만 주(62억8980만 원)와 제넨셀이 발행한 전환사채 50억 원어치를 함께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대금은 계약 당일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임상 승인이 난 10월 26일을 꼭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결국 2021년 8월 새 주인이 회사를 접수하고, 9월 조합에서 300억 원을 당겨오고, 10월 그 돈으로 임상 승인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적자 회사를 113억 원에 사는 순서다. 그리고 일주일 뒤 승인이 났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형적인 주가조작의 외형에 가깝다"며 "세종메디칼은 짧은 기간에 대주주가 계속 바뀌었고, 비상장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하면 며칠씩 주가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신약 효과를 진짜 믿었다면 창업자인 강 교수가 그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며 "지분을 통째로 넘겼다는 건 스스로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로 성공했다면 주가가 수십·수백 배 뛸 수 있었는데도, 창업자와 회사가 함께 호재를 띄운 뒤 승인 발표와 함께 물량을 쏟아낸 모양새라는 것이다.
승인 2주 전 김승원이 보낸 문자…불붙는 공방
김 후보자의 개입은 이러한 과정의 한복판에 있다. 9월 23일 제넨셀은 임상 2·3상 계획을 냈다. 일주일 뒤인 30일 식약처는 인도 임상 근거자료 등 14개 항목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그 무렵 강 교수는 브로커 양모 씨에게 "(10월) 12일까지 승인이 안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양 씨는 김 후보자에게 전화해 "오빠가 조금만 들어주면 된다. 이미 300억 투자도 유치돼 있다"고 했고, 이어 "엉아, 처장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청했다.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했다.
10월 12일, 김 후보자가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담당 세 부서를 콕 집어 실무자들이 "빠르게 처리"하게 해 달라고 했고, 회사 이름을 제넨셀로 밝히며 "국부유출"을 걱정한다고 적었다. 이 문자는 15분 전 양 씨가 보낸 것과 거의 같았고,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의 답을 받아 다시 양 씨에게 전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0월 19일, 세종메디칼이 제넨셀을 113억에 사들였다. 강 교수가 승인도 나기 전에 현금 62억여 원을 손에 쥔 바로 그날이다. 이후 10월 26일 임상 승인이 났다.
정작 승인 소식이 알려진 10월 27일, 세종메디칼 주가는 장 초반 반짝 오르다 하한가로 떨어졌다. 승인 직전 7840원이던 주가는 나흘 만에 4115원으로, 약 47% 빠졌다. 뒤늦게 호재를 보고 들어온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았다.
다만 김 후보자의 연락이 이 구조의 결정적 고리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은,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정치권 인사를 통한 청탁"과 "그로 인한 승인"이라는 표현을 판결문에서 "이후 승인받았다"로만 남겼다. 브로커 양 씨의 문자만으로 부정한 청탁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그 대가가 오갔다는 점도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김 후보자 본인은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했고,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지난 5월 헌법소원을 냈다.
김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요청한 것은 승인이 아니라 심사 상황의 점검과 보고였다", "강 교수의 자료 누락·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화 중 "그 회사가 이름이 뭐지?", "담당자가 어디, 어디야?"라고 되물은 대목도 반박 근거로 든다. 업체와 사전에 조율해 로비를 대행했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과 담당 직원들은 이 사건에서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야권은 이를 다르게 본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은 김 후보자의 연락을 '성공한 로비'로 규정한다. 담당 부서까지 지목한 신속 처리 요청과, 식약처장의 답을 브로커에게 되전달한 정황은 단순한 민원 전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검을 통해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체 없는 코로나 치료제를 둘러싼 이 자금 구조에 김 후보자의 개입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는, 오는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