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기간 5년, 정규앨범 5장…수록곡으로만 두기 아까운 H.O.T. 곡 추천

[기획] H.O.T. 30주년 ③ - H.O.T.의 명곡과 명반

H.O.T.의 대표곡이자 지상파 방송 3사 대상을 거머쥐게 한 곡 '빛'이 실린 정규 3집 '레저렉션' 표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996년 9월 7일 데뷔 후 2001년 2월 27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해체한 그룹 에이치오티(H.O.T.)는 총 다섯 장의 정규앨범을 남겼다. 활동 기간은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전사의 후예'(폭력시대) '캔디'(Candy) '늑대와 양' '행복'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열맞춰!'(Line Up!) '빛'(Hope) '아이야!'(I yah!) '아웃사이드 캐슬'(The Castle Outsiders) 등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시켜 큰 사랑을 받았다.

CBS노컷뉴스는 음악평론가 8인에게 H.O.T.의 색을 잘 보여주는 곡이나 앨범, 혹은 개인적 취향을 바탕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과 앨범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메인 보컬 강타의 자작곡이자 정규 3집 타이틀곡이며,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단체 콘서트 에스엠타운 라이브(SMTOWN LIVE)의 공식 엔딩곡이 된 '빛'이 가장 자주 언급됐다.

H.O.T.의 대중적인 첫 히트곡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은 '캔디'와 여전히 수많은 후배 아이돌 그룹이 커버하는 히트곡 '위 아 더 퓨처', 당시 인기 만화가 천계영이 일러스트를 담당해 애니메이션으로 된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졌던 '우리들의 맹세'(The Promise Of H.O.T.)가 2표를 받았다.

비주얼 록을 시도한 'SMP'(SM Music Performance, 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강렬한 콘셉트를 지닌 곡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특정한 음악 스타일을 이른다) 대표 격인 '아이야!', 수록곡 가운데 이례적으로 토니안의 자작곡 '내추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도 2번씩 거론됐다. 답은 답변자 이름 가나다 역순으로 정리했다.

'전사의 후예' '캔디'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 등이 실린 정규 1집 표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선업



'내추럴 본 킬러'(2000) : '열맞춰!' '아이야!'와 같은 록 기반의 강렬한 사운드를 H.O.T.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내추럴 본 킬러'는 당시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했던 트랙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토니안이 이런 곡을?'이라는 의외성,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타이트하게 밀어붙이는 구성으로 하여금 단지 수록곡으로 묻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에…(Since, You've Gone·1998) : 문희준이 당시에 이미 뛰어난 송라이터였음을 증명한 곡으로, 보이즈 투 맨을 연상시키는 문법 위에 빼어난 선율을 얹고, 각 멤버의 음색과 특징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파트 분배까지 더해지는 등 그룹의 명발라드 중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승인



'빛'(1998) : H.O.T.는 SMP로 기억되지만 이 팀에는 처음부터 부드러운 축이 병행했고, 그 축은 발라드보다 알앤비(R&B)에 가깝다. 유영진은 흑인 음악에 입문하던 시절 '목소리를 구부리는' 노래들을 찾아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빛'은 그 구부러짐이 아이돌 그룹의 목소리로 옮겨온 곡이다. 유영진·그루비 케이(Groovie K)와 함께 강타가 작곡에 이름을 올렸고, 이 감각이 훗날 강타 솔로를 거쳐 흔히 SM 발라드라 불리는 계보로 이어진다. 그 계보의 이름이 발라드인 것은 어쩌면 오해다.

정민재



'아이야!'(1999) : '전사의 후예' '위 아 더 퓨처' 같은 곡 기조를 잇는 동시에, H.O.T.와 SMP의 색깔을 완벽히 보여준 노래였다. 이후에도 동방신기(TVXQ!)를 비롯한 수많은 후배 그룹이 유사한 음악을 발표했지만, 이 정도의 무게감과 아이코닉한 순간은 오직 H.O.T.만의 것이었다. 참고로 이 곡이 실린 4집 앨범 역시 H.O.T.의 최고작이었다.


'늑대와 양' '행복' '위 아 더 퓨처'로 활동했던 정규 2집 표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희윤



'캔디'(1996) :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캔디'는 지금 봐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곡이고 겉보기엔 그냥 밝고 청량한 것 같지만 음악적으로 약간 복잡함도 있는 웰메이드(잘 만들어진) 곡이다. 장용진씨가 작사·작곡한 곡인데, 이분의 천재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빛'(1998) : 어느덧 SM의 '사가'가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곡이지 않나 싶다. 댄스 음악, 특히 아이돌 음악 자체의 수명이 짧은 편이고 유행도 빨리 지나가는 편인데 '빛'은 상당히 오랫동안 사랑받았기에 중요한 곡이다.

'전사의 후예'(1996) : 이 곡도 지금 봐도 너무 특이한 곡인 거 같다. 유영진과 H.O.T.의 자아가 폭발해서 만들어진, 뭐랄까 기괴한 부분도 있는 곡이다. 우선 서태지와 아이들의 지대한 그림자가 있고, (곡 자체가) 너무 길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음악적 일관성은 약해서 지금은 나오기 힘들 것 같지만, K팝 역사에서 한 번쯤 언급할 만한 곡이다.

이규탁



'캔디'(1996) : H.O.T.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곡이자 단순한 아이돌 그룹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한 곡

'위 아 더 퓨처'(1997) :강렬한 전자 댄스음악 사운드와 화려하고 인상적인 안무, 당시 10대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메시지를 담은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어우러진 H.O.T.의 대표곡

'우리들의 맹세'(1998) : 현재 K팝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팬 송'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곡

'SMP'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아이야!'가 실린 정규 4집 표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상민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1996) : '전사의 후예'와 더불어서 본래 H.O.T.가 어떤 콘셉트의 그룹으로 기획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전사의 후예'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폭력에 대한 반발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좀 더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에서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짜증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1집에서 가장 흥행하고 H.O.T.의 이름을 널리 알린 노래는 '캔디'였지만 본래 SM이 구상했던 '힙합 아이돌'로서의 H.O.T.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 아 더 퓨처'(1997) : 사회 비판적인 강렬한 가사를 선보였던 '전사의 후예'나 '늑대와 양'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던 상황에서, 2집의 세 번째 활동곡이었던 '위 아 더 퓨처'가 드디어 사회 비판적 경향의 가사를 담은 노래로서는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흥행하는 동시에 H.O.T.의 고유한 색을 형성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이 노래가 흥행한 덕분에 3집의 '열맞춰!'나 4집의 '아이야!'가 나올 수 있었다고도 생각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억압의 상황과 그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췄던 '전사의 후예'나 '늑대와 양'에 비해 '사회의 불합리한 강요에서 벗어나 우리 십 대가 미래 세계의 주인이 되겠다'며 선언하는 가사가 좀 더 호응을 받기에도 좋은 측면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맹세'(1998) : H.O.T. 팬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팬 송이자, H.O.T.가 십 대에게 다가서려고 한 전략이 제대로 농축된 집약체가 아닐 수가 없는 노래입니다. 곡도 단순한 팬을 위한 헌사라고 하기에는 데뷔를 위해 함께 노력한 H.O.T.의 다섯 멤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감싸 앉는 가슴 뭉클한 우정이 강조된 노래라는 점, 그리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으로 당시 십 대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던 만화가 천계영이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를 무척이나 뛰어나게 만든 것은 물론, H.O.T.의 캐릭터를 한층 더 강화하며 기존의 팬들에게는 깊은 만족을 낳는 동시에 새로운 팬이 유입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모로 SM이 1990년대 후반 당시 어떠한 방식으로 자사 아이돌 산업을 꾸준히 유지하고자 했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아웃사이드 캐슬' '그래! 그렇게!' '내추럴 본 킬러' 등이 실린 정규 5집 표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희아



'내추럴 본 킬러'(2000) : 발표 당시, 팬들도 이 가사가 담고 있는 거친 분노의 수위 때문에 깜짝 놀랐던 트랙. 스스로의 안에 있는 분노를 토해내는 가사는 토니안이 직접 써서 더 화제였다.

'꿈의 기도' '늘 지금처럼'(모두 2000) : SM의 첫 번째 발라더라고도 할 수 있는 강타가 직접 쓴 곡들이다.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 우아한 현악기 사용과 더불어 따뜻하고 설레는 감정들이 담긴 가사가 이후 강타의 솔로 앨범이 지닐 방향성까지 짐작하게 했다. 그리고 이 곡들은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동방신기,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슈퍼주니어(SUPER JUNIOR) 등으로 이어지는 SM의 발라드곡들이 지닌 특유의 사운드와 서정적 무드의 기틀이 된다.

앨범

'99 라이브 인 서울 : 9/18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콘서트'(99 Live In Seoul : 9/18 Olympic Main Stadium Concert·1999) : 이제는 아이돌 콘서트 라이브 앨범이 거의 발매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종종 발매되었다는 점을 매우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게 하는 앨범. 1999년 9월의 콘서트 현장의 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남아 있는 중요한 기록물 중 하나다. "아이돌은 10대 여자애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멤버들의 소리를 기록한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김도헌



'아이야!'(1999) : SMP의 정점. 사회의 모순과 10대들의 좌절을 담으며 사회에 참여했던 K팝의 출발점을 오늘날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빛'(1998) : SM이 국가로서 기능할 수 있었던 낙관과 희망의 정서를 압축한 대표곡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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