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현재 아이돌 그룹은 보통 1년에 두 번은 신곡을 내 활동하고, 신인은 컴백 주기가 훨씬 더 짧아 2~3개월에 한 번 새로운 곡을 내 대중을 찾는다. 아이돌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의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대중문화예술인(가수) 표준전속계약서에 '초과할 수 없는 계약기간'으로 기재된 '7년'을 넘기는 것은 흔하고 10년 이상 활동하는 팀도 계속 생기고 있다.
하지만 30년 전 그룹 에이치오티(H.O.T.)가 데뷔할 때만 해도 댄스 가수, 그중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장기 흥행'은 보장되지 않은 미래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도 3~4년 만에 팀 활동을 종료하는 경우가 잦았다. 1996년 9월 데뷔한 H.O.T.는 2000년 10월 발매한 정규 5집이 마지막 앨범이 됐고, 2001년 2월 개최한 단독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흩어지며 공식적인 팀 활동을 마쳤다.
현재 정착한 'K팝 아이돌'의 시초이자 표준으로 꼽히는 H.O.T.는 2001년 해체한 후에도 '재결합을 바라는 그룹' 설문조사에서 단골처럼 소환되는 존재였다. 2004년 3월 SBS '스타의 전당' 방송을 계기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한자리에 모인 H.O.T.는 해체 17년 만인 지난 2018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3'를 통해 재결합 공연을 성사했다.
같은 해 서울 송파구 잠실 주경기장에서 연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단독 콘서트는 전석 매진돼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9월에는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9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2019 High-five Of Teenagers)를 열었고, 지난해 한터음악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서 6년 만에 단체 공연을 했다.
CBS노컷뉴스는 H.O.T.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지난 2일 멤버 토니안을 서면 인터뷰했다. "30주년이라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라고 고백한 토니안은 "당장은 좀 어려운 일"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멤버들과 함께 신곡을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한 H.O.T.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돌의 정의, '토니안 픽' H.O.T. 곡과 가장 좋아하는 파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1. H.O.T.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30주년이라는 게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대에 30주년을 맞으신 선배님을 기사로 보면서 '와… 저게 가능한 일인가,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 일어날 일은 아니겠지, 나는 그때쯤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가수로서 30주년을 맞이하고 또 아직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사실 좀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직도 저희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2. H.O.T.라는 그룹으로서 멤버들과 함께해 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신곡을 낸다거나, 단독 콘서트를 연다거나, 혹은 팬들을 위한 콘텐츠를 찍는다거나… 멤버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 등 꼭 일과 관련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곡도 발표하고 새로운 음악으로 활동도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좀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가능하다면 함께 여행하는 예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그 당시에 멤버들과 해외를 많이 가보긴 했지만 다 스케줄로 갔던 거라 항상 일에 쫓기며 다녔던 기억도 있고, 이제는 다들 40대가 넘었으니 여행을 가서 예전 추억 이야기도 하고 그때 못 했던 이야기도 많을 텐데 정말 솔직하게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 연습생에서 시작해 일정 정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데뷔했고, 회사가 제시하는 캐릭터와 음악이 뚜렷했다는 점 등에서 H.O.T.는 'K팝 아이돌의 시초'로 꼽힙니다. 당대에 무척 큰 사랑을 받았고요. 멤버로서 H.O.T.가 이처럼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니즈(needs, 수요·필요)가 맞았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니즈는 아무래도 십 대들의 생각을 대변했던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전사의 후예' '열맞춰!' '아이야!' 등)과 또 한편으로는 밝고 귀여운 정반대의 음악('캔디' '행복' 등),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 등이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생각과 5인이 각기 다른 캐릭터로 어필했다는 점, 그리고 그 후에 젝스키스(SECHSKIES)나 신화 등 수많은 아이돌이 대거 나오면서 시장을 키우고 가요계를 주목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4. 특히 토니안씨는 '덕후 몰이의 원조 멤버'로도 유명합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린 H.O.T.의 멤버이자, 기획사 대표를 맡아 아이돌을 키워본 입장이기도 한데, 토니안씨가 생각하는 '아이돌'이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에게 '아이돌'이란… 어쩌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때로는 행복과 위로도 줄 수 있는 그런 가수가 아닐까… 제가 학원을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을 꿈꾸고 있다고 직접 느끼기도 했고, 저희 팬분들이 커서 정말 많은 분이 방송사에서 일하는 걸 보면서 저에게 저희를 보고 싶어서 PD나 작가가 되었다는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어쩌면 지금도 그 꿈을 꾸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5. H.O.T.는 데뷔 앨범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많은 히트곡을 가진 그룹입니다. 1) H.O.T.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앨범 2) 가장 H.O.T.답다고 생각하는 곡/앨범 3) 판매량이나 순위 등 수치와 무관하게 특별히 아끼거나 조금 더 많이 주목받았으면 하는 추천곡/앨범이 무엇인지와 그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1) '전사의 후예' '캔디'(Candy) / 1집 앨범(이 앨범이 없었다면 H.O.T.도 없었겠죠…)
2) '아이야!'(I yah!) / 4집 앨범(공연 때 거의 항상 엔딩으로 하는 이유죠.)
3) 저는 개인적으로 4집 앨범의 '환희'(It's Been Raining Since You Left Me)라는 곡을 정말 좋아합니다.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고, 특히 후렴구 멜로디와 강타의 보컬이 아직도 참 멋지게 들리고 무대에서 이 음악으로 공연을 할 때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6. H.O.T.는 '빛'(Hope)을 타이틀곡으로 한 3집 앨범부터 멤버들이 자작곡을 실었고, 점차 자작곡 비중을 늘려가 5집은 멤버들 자작곡으로만 채워 '자체 제작'을 실현한 아이돌이기도 합니다. 멤버나 본인 자작곡 중에서 꼭 들어봤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아… 제 곡은 좀… 추천해 드리기가…ㅎㅎ 개인적으로 재원이가 쓴 '유 갓 건?'(You Got Gun?)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당시에 듣고 곡이 너무 멋져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7. 토니안씨의 자작곡 중 H.O.T. 정규 5집 수록곡 '내추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는 특히 팬들이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기획에서 H.O.T.의 명곡과 명반을 추천받았을 때 평론가 두 분이 언급한 곡이기도 하고요. 이 곡은 무엇보다 '강한 분노'가 가득해, 흔히 떠올리는 토니안씨의 이미지로는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쓴 곡인데 혹시 'N.B.K'라는 곡과 그 곡을 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지 듣고 싶습니다.
'N.B.K.'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저도 개인적으로 가끔 듣는 노래이긴 한데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에는 조금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쓴 곡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너무 일찍 연예계에 들어와서 제가 이리저리 상처가 좀 많았던 시기라서…^^ 그때는 그런 방식으로 제 나름대로 제 마음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8. 가장 마음에 드는 본인 파트(예 : 캔디 '단지 널 사랑해')는 무엇인가요? 복수응답 가능합니다.
예시로 들어주신 것처럼 '캔디'의 '단지 널 사랑해'입니다. 제가 H.O.T.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저에게 '캔디'라는 곡은 토니안 하면 '캔디', '캔디'하면 토니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싶어요. 후렴 파트를 부르기도 했고, 저에게는 가장 상징적인 곡이자 잊지 못할 곡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곡이 있다면 '빛'인 것 같습니다. '빛'도 후렴 파트를 부르게 됐는데, 그 당시 녹음 전에는 제가 그 파트를 부르게 될 줄 몰랐어요. 멜로디도 굉장히 좋은데 후렴을 부르게 됐고, 뮤직비디오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개인적으로도 부르면서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파트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빛'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9. 지난해에는 한터음악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서 오랜만에 팬들을 만났는데, 조금 늦었긴 하지만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오랜만에 H.O.T.로서 무대에 선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다행히 멤버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한터음악페스티벌'에 오를 수 있었는데요. H.O.T.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서게 되다 보니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던 것 같아요.
또 저희가 원형 무대는 처음이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열심히 준비를 했고, 아무래도 360도를 돌면서 팬분들을 골고루 잘 만나야 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멤버들끼리도 같이 땀 흘리고 또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항상 그렇지만 무대에서 H.O.T. 노래를 하는 것만큼 행복하고, 감동적인 시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10. 올해 8월 중국 선전에서 단독 팬 미팅을 연 데 이어, 9월 5일 데뷔 30주년 팬 미팅을 무료로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팬 사랑이 가득한 이벤트라 화제였고, 한편으로는 인원수(120명)가 너무 적어서 못 갈 것 같아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준비하게 된 계기와, 팬 미팅에서 무엇을 할지 공개 가능한 선에서 귀띔해 주세요.
사실 H.O.T. 30주년인데 개인적으로 팬분들을 따로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30주년인데 함께 만나는 건 어렵더라도, 혼자라도 팬분들을 좀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료, 무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팬 미팅을 준비하게 됐는데요. 30년이라는 추억이 긴 추억인데, 서로 공감하면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간이 작아서 아쉬워하시는 팬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그날만 날인 건 또 아니니까 이번에 팬분들을 만나 뵙고 또 기회가 됐을 때 다시 만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눈도 다 마주칠 수 있고, 끝자리에 앉아계신 분의 얼굴이나 표정까지 보이는 게 좋아서 작은 공간을 선호해서 협소하지만 해당 장소를 마련하게 됐어요.
이번 팬 미팅이 어떤 행사라는 생각보단, 우리가 함께 30년을 지내왔으니 우리의 추억을 같이 이야기해 보자 하는 생각이에요. 저는 팬분들이랑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전부 꺼내서 팬분들이 몰랐던 부분이나, 궁금해하셨던 부분들에 대해 답변해 드리면서 서로에게 큐앤에이(Q&A)를 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30년 동안 지녀왔던 우리들의 추억 공유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