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와 건설 등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투자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8.7% 증가했다. 일평균 기준으로도 72.5%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216.1%, 컴퓨터 수출이 431.2% 급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수출도 각각 10.4%, 26.7%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호조를 이어갔다. 7월 설비투자는 24.9% 증가했으며, 반도체 제조용장비 투자가 66.0% 늘었다. 8월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도 96.5% 증가해 관련 투자가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생산 역시 개선세를 유지했다. 7월 전산업생산은 3.1% 증가해 2분기 평균 증가율 2.9%를 웃돌았다. 기계장비(9.6%), 금속가공(6.9%), 전기장비(4.0%) 등 AI 인프라 투자와 연관성이 높은 업종이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가계 소비는 회복세가 제한됐다. 7월 소매판매는 0.8% 감소했고, 6~7월 평균 증가율도 1.5%에 그쳐 1분기 평균 3.2%를 밑돌았다.
KDI는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머무는 등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한된 점을 소비 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투자도 부진이 지속됐다. 7월 건설기성은 3.2% 감소했으며 주거용 건축은 7.9% 줄었다. 7월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도 2021~2025년 평균을 크게 밑돌아 주거용 건설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용시장에서는 취업자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청년층 회복은 제한됐다. 7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만 8천명 늘었지만, 20대 고용률은 59.1%로 정체됐고, 실업률은 0.5%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오히려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1.09%, 경기 0.65% 상승했으며 수도권 월세가격도 0.64% 올라 2015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는 중동 정세와 미국의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8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8.8달러로 상승하면서 향후 물가의 상방 압력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