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업 규제개선 요청, 10건 중 8건은 '수용불가'…왜?

올해 들어 39건 중 31건 거부, 대부분 중앙부처 소관
부산시 "법령 개정에만 2~3년…시 권한 밖 사안 다수"
신산업·대기업 없는 부산, 규제 샌드박스도 그림의 떡
"현실적 해법은 중앙의 권한 이양과 적극행정 환경 조성"

부산시청. 송호재 기자

부산 기업의 규제개선 요청 10건 중 8건이 '수용불가' 결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앙정부 소관 법령에 걸린 사안이기 때문인데, 지방분권을 통한 권한 이양과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9건 중 31건 거부, 대부분 중앙부처 소관

부산시가 공개한 '규제 관련 기업 애로사항·조치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접수된 규제개선 요청 39건 중 31건이 '수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는 장기검토 2건, 기수용 2건, 일부수용 1건, 수용 2건 등이었다. 10건 중 8건 꼴로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거부된 안건은 대부분 부산시가 아닌 중앙정부 소관 법령에 걸려 있었다. 전체 건의안 39건 중 34건이 '중앙' 소관으로 분류됐다.

30여 년째 그대로인 취득세 면세점을 올려달라는 요청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의 주휴수당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 모두 중앙정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막혔다.

부산시 자체 조례인 공동주택 주차대수 기준조차 상위 법령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수용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법령 개정에만 2~3년…부산시 "권한 밖 사안 다수"

규제개선 요청을 받는 부산시 입장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령 개정을 위해서는 2~3년을 계획하고 진행해야 해 곧장 개선을 바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간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지 미지수인 점도 수용불가 결정을 내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에서 자체적으로 풀 수 있는 조례나 사업은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하지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시 차원에서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산업·대기업 없는 부산, 규제 샌드박스도 그림의 떡

기업들의 규제 개선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규제샌드박스가 부산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살펴볼 일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법령으로는 사업화가 막힌 신기술이나 신산업을 일정 기간 규제에서 풀어주고 시장에서 검증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 부산CBS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려는 기업이 많을수록 활용도가 높아지는 구조인데, 부산은 이런 신기술 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연구센터 등도 사실상 없다.  

조선기자재와 섬유, 자동차부품 등 대기업 협력업체 중심으로 짜인 지역 산업 구조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실증할 유인도 크지 않다는 것이 지역 상공계의 의견이다.

실제, 한국법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지난 2021년 5월까지 누적 승인된 규제샌드박스 449건 중 수도권이 71.27%를 차지했다. 부산에서는 한 해 1건 정도의 승인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법은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과 담당 공무원 적극행정 독려

부산의 낮은 규제개선율은 지역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권한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규제 개선과 관련한 권한을 일정부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이 먼저 꼽힌다.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 기조와도 부합한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기업규제개선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틀에 없는 해법을 찾아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담당 공무원이 감사나 징계 등의 부담을 안고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석지만 규제개선팀장은 "자신의 판단이 자칫 감사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풀어준 공무원이 오히려 승진하고 인정받는 문화가 쌓여야 담당자들도 감사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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