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국내 언론들이 '국익을 고려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략 국가의 생존과 경제적 번영, 보편적 가치의 제고 등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국가의 생존 측면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에 필수적인 에너지 수송 길목이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를 차지했던 요충지다. 이 길목을 자유항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한국의 생존에 필요한 국익이다. 그런데 파병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항구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남는다. 이란이 현재의 자리에서 존속하는 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은 미국보다 이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파병이 국익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항구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또 한국이 파병을 하면 미국이 우라늄 농축을 지원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에도 동의하고 주한미군 분담금도 인상하지 않는 등 각종 안보상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기대도 지나친 낙관론이다. 이들 과제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제기돼온 것으로, 미국이 해줄 마음이 있었으면 벌써 해주고도 남을 사안들이다. 즉 미국은 이들 문제를 전략적으로 보고 있다. 파병한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경제적 번영 측면을 따져봐도 파병이 국익에 도움 될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는 미국과 통상 마찰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이 파병을 하면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관세 압력이나 투자 압박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 역시 꺼림칙하다. 자신이 한 말을 수시로 뒤집는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상호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으로부터 거액의 대미 투자를 쓸어 담고서도 트럼프는 '강제노동 관세'나 '초과생산 관세' 등 새로운 관세를 꺼내 들며 한국 등을 여전히 압박하고 있다. 한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와 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이미 했지만 트럼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분야 투자를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 파병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서 경제적 압박이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가치의 문제는 명확하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이다. 애초부터 전쟁의 이유와 명분이 모호했다. 이란 핵무기 제거인지 정권 교체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자신의 부정부패 혐의를 전쟁으로 희석시키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꾐에 빠져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파다했다.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던 트럼프의 호언장담도 6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진행형 거짓말이 됐다. 우리 헌법은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 명분없는 침략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거창한 이론보다 더욱 중요한 국익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다. 비전투 분야 파병이라 하더라도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이다. 장병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인근 중동 국가에 주둔하던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사망할만큼 전후방이 따로 없는 전쟁이다. 더 나아가 중동 체류 교민들과 국내의 국민들도 잠재적인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우리 교민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납치돼 피살된 배경에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있었다.
이처럼 호르무즈 파병은 실익은 없거나 일시적이며 피해는 명확하고 지속적이다. 호르무즈 파병에 국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