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성 흔들리는 독일 가전…평범함에 숨겨진 '프리미엄'[영상]

[IFA 2026⑤]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IFA 2026 전시관. 김구연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상상하던 미래, 벌써 현실로…'IFA'로 베를린 들썩
②[르포]삼성은 왜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전시장'을 떠났나
③LG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미래의 집은 뭘까
④[르포]춤추고 재롱 떠는 中로봇, 하지만 샌드위치 못 만들어
⑤[르포]아성 흔들리는 독일 가전…평범함에 숨겨진 '프리미엄'
(계속)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6에 올해도 참가한 프리미엄 가전의 대명사 밀레의 부스에는 4일(현지시간) 미디어와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밀레 부스에는 LG전자처럼 수많은 제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지도, 중국 기업들처럼 로봇들이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전시된 제품들은 대부분 식기세척기,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 청소기 등 생활가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독일 '가전의 명가'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평범한 속에 숨겨진 프리미엄

W2 세탁기 내조. 김구연 기자

밀레 부스에 설치된 W2 세탁기는 평범한 인상을 줬다. 단조로운 조작 버튼에 세탁물을 넣는 1개의 투입구. 중국 기업 샤오미에서 투입구가 3개나 되는 세탁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심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프리미엄의 비결은 세탁기 안에 있다. 세탁물을 세탁하는 세탁조 중에서 내조(內槽), 즉 세탁물을 끌어올리는 스테인리스 통의 표면이 다른 세탁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옷감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옷감 등 세탁물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세탁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오랜 기간 기술 개발을 이어온 결과라고 한다.

밀레 'M센스 쿡웨어'. 전용 조리기구에 탑재된 온도 센서를 통해 냄비가 타거나 과열될 경우 화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인덕션이다. 김구연 기자

밀레 'M센스 쿡웨어' 역시 눈길을 끌었다. 전용 조리기구에 탑재된 온도 센서를 통해 냄비가 타거나 과열될 경우 화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인덕션이다.

빌트인 시장을 이끌어온 브랜드답게 심리스(Seamless) 제품들이 전시된 가운데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듈형 주방 가구도 등장했다. 생활 방식에 따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주방 가구는 단순한 빌트인을 넘어 공간이 용도에 맞게 전환되는 역할을 했다.

밀레의 변함 없는 장점은 이날 IFA 부스에서도 또다시 언급됐다. 밀레 관계자는 "밀레 세탁기를 뜯어보면, 아주 작은 부품까지도 스테인리스나 메탈"이라며 "20년 이상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이야말로 프리미엄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다이닝 공간과 조리종간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주방가구. 김구연 기자

클래식에 AI를 더하다

'G8' 식기세척기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G8 다이아몬드(G8 Diamond)'. 식기세척기 문 안쪽에 달린 카메라가 내부를 파악해 세척 과정과 필요한 옵션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김구연 기자

물론 밀레도 인공지능(AI) 기능을 빼놓은 것은 아니다. '집안일의 끝이 보인다(The end of the housework is in sight)'는 슬로건 아래 AI와 자동화 기술로 식기세척 전 과정의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G8' 식기세척기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G8 다이아몬드(G8 Diamond)'를 공개했다

G8 다이아몬드는 식기세척기 최초로 AI 기반 카메라를 적용한 '오토비전(AutoVision)'을 탑재해 식기의 적재량과 종류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세척 과정과 필요한 옵션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냄비가 감지되면 세척 강도를 높이고, 병류는 병 내부 세척에 적합하도록 조절하는 등 식기 종류에 따라 세척 방식을 최적화해 사용자가 매번 적합한 설정을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였다.

사용자들 대부분이 오븐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착안해 앱 기반 AI 쿠킹 어시스턴트 '컬리너리코치(CulinaryCoach)'도 선보였다.

텍스트나 음성 또는 사진으로 만들고 싶은 요리를 앱에서 입력하면, 컬리너리코치는 조리 과정을 단계별로 안내하고 관련 질문에 답하며, 필요한 프로그램과 온도 등 최적의 설정을 연결된 밀레 오븐으로 직접 전송한다. 다만, 이미 LG전자나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AI 가전에 비하면 AI 기술 자체가 크게 앞선다는 인상은 주지 못했다.

진공청소기 100주년 밀레…아성 조금씩 무너지는 건 사실

부스 한켠에는 1927년 진공청소기를 시장에 선보였던 역사가 기록돼 있다. 당시 불티나게 팔렸던 제품들을 전시하며 밀레는 100주년 기념 차세대 무선 청소기 '듀오플렉스 HX2(Duoflex HX2)'를 선보였다. 진공청소와 물걸레 청소, 제품 자체 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해 청소 전후에 필요한 작업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가전 명가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지만, 10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만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와 에너지 효율, 빌트인 등을 앞세워 유럽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 더해 AI와 로봇, 디자인 등에서도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통과 내구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독일 가전업체들로서는 한국과 중국의 추격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영향에 밀레는 2024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500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밀레만 직면한 어려움은 아니었다. 독일 가전업체 보쉬&지멘스 역시 2024년 2월 글로벌 인력 35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독일 내 공장 2곳을 폐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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