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양돈장 질식사 "동료 구하려다 참변"

[시사매거진 제주-아이엠 오피니언]
8년간 분뇨 질식 사망 12명 중 농장주 3명…동료와 참변
산업안전법, 중대재해법, 농어업 상당수는 적용 예외
근로기준법 63조로 근로시간 규정도 제외…'피로가 곧 안전 문제'
사업장 이동 제한에 언어 장벽까지…산재보험은 국적·체류자격 안 가려

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 자료사진


◇류도성> 한 달 전 얘기를 꺼내야겠습니다. 8월 8일 아침, 한경면 양돈장 정화조에서 베트남과 네팔에서 온 30대 노동자 두 분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는데 후속 보도가 거의 없어요. 사업주가 입건됐다는 얘기도, 노동부 조사 결과도 아직이고요. 저는 그게 더 이상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정은> 저도 같은 생각으로 이 사건을 다시 꺼냈습니다. 사고 당일에는 다들 놀랐는데, 한 달 뒤에는 아무도 묻지 않아요. 두 사람이 죽었는데요. 미리 말씀드리면 경위는 아직 수사 중이라 누구 잘못이라고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사고 앞에서 법이 어떻게 설계돼 있고, 그 설계에 어떤 빈틈이 있는지는 짚어야 할 것 같아요.

◇류도성> 정화조 질식사고, 이게 처음이 아니잖아요. 제가 찾아보니까 양돈장 분뇨 질식 사고로 최근 8년간 12명이 사망했고, 그중에 농장주가 3명이예요. 2024년 12월에 전북 완주에서도 2명이 사망했고요. 노동자만 사망하는 게 아니라 주인도 목숨을 잃는다는 거잖아요?
 
◆김정은> 그 숫자가 이 사고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이건 착취의 문제이기 전에 위험을 위험으로 생각하지 않는 문제예요. 법에서는 정화조, 분뇨처리시설, 맨홀, 탱크 같은 곳을 '밀폐공간'이라고 하는데, 분뇨가 분해되면서 황화수소 같은 가스가 차고 이게 눈에 안 보입니다. 

몇 번 들이마시면 의식을 잃어요. 그리고 제일 비극적인 패턴이, 한 사람이 쓰러지면 동료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같이 변을 당하는 겁니다. 농장주 3명이 사망했다는 것도 아마 그런 경우가 섞여 있을 거예요.

◇류도성> 규정은 있죠?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 환기, 감시인 배치, 보호구.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다 있죠?
 
◆김정은> 아주 촘촘하게 있습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해도 보호구 없이 들어가지 말라는 것까지요. 그래서 제가 오늘 제일 드리고 싶은 말씀이 이거예요. 이 사고는 법이 없어서 난 게 아닙니다. 규칙이 서류 위에는 있는데 정화조 앞에는 없었을 가능성이에요. 

작은 사업장일수록 '우리 같은 데서 무슨'이라는 말에 안전 규정이 밀려나거든요. 그런데 법은 지켜질 때만 법입니다. 수사가 확인할 것도 결국 그거예요. 농도 측정을 했는지, 감시인이 있었는지, 보호구가 있었는지 그 유무에 따라 책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류도성> 지켜지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사업주 처벌,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이 두 개죠?
 
◆김정은> 산업안전법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고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벌금 상한이 아니라 징역 하한을 정한 법이에요. 그만큼 무겁죠.

◇류도성>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이 안 되잖아요. 양돈장이면 딱 그 규모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럼 두 명이 죽어도 이 법 밖이라는 거잖아요?
 
◆김정은> 그렇습니다. 상시 근로자가 5명이 안 되면 이 법 바깥이에요. 그리고 축산농가를 포함해 농어업 사업장 상당수가 그 규모입니다. 이 예외는 소규모 사업장 부담을 고려한다고 만든 건데, 저는 이건 성격이 다르다고 봅니다. 

아까 '있는 법을 지키게 하는 게 먼저'라고 했지만, 이건 집행 문제가 아니라 설계 문제거든요. 산재가 제일 많이 나는 곳이 작은 사업장인데, 그 작은 사업장이 제일 무거운 법에서 빠져 있는 역설이에요. 사람 목숨 값이 사업장 규모 따라 달라질 이유는 없습니다.

◇류도성> 그 말씀은 5인 미만도 적용하자는 건데, 그럼 제주 농가들 다 문 닫으라는 거냐는 반발이 바로 나올 겁니다.
 
◆김정은> 나오겠죠. 그런데 저는 처벌의 예외를 둘 게 아니라 감당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안전설비 비용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붙이고, 그다음에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겁니다. 문 닫으라는 게 아니라 문 닫지 않고도 사람 안 죽이는 방법을 국가가 같이 만들자는 거예요. 예외는 한번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반복되는 죽음을 낳습니다. 아까 12명이라는 숫자가 그 증거고요.

◇류도성> 근로시간 쪽도 있죠. 농축산업은 근로기준법 63조로 근로시간, 휴게, 휴일 규정이 아예 적용 제외잖아요. 이건 이주노동자 문제 나올 때마다 지적되는 조항인데요.
 
◆김정은> 농사일은 날씨와 계절을 따라가니 공장처럼 시간을 못 잰다는, 아주 오래된 논리에서 나온 조항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 조항이 하는 역할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합법의 영역에 놓아두는 거예요. 주 52시간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이분들은 애초에 그 바깥에 있는 겁니다. 그리고 피로는 안전과 직결돼요. 지친 사람이 '잠깐이면 되는데' 하고 들어갑니다.

◇류도성> 안전교육은 받았을 거 아니에요? 법으로 의무니까요. 그런데 그 교육을 베트남어, 네팔어로 했을지, 저는 그게 의심스럽습니다.
 
◆김정은> 그 의심이 정확합니다. 법은 교육을 하라고 정하지, 어떤 언어로 하라고는 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어 자료 틀어놓고 서명받으면 교육을 한 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서명이 나중에 사업주가 '교육은 했다'고 말하는 근거로 쓰여요. 

안전보건공단이 다국어 자료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쓰느냐 마느냐는 사업장 몫이고요. 저는 이번 수사에서 교육을 했느냐만 볼 게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교육이었느냐를 봐야 한다고 봅니다. 알아듣지 못한 교육은 안 한 것과 같아요. 서류로는 있는데 사람한테는 없는 교육이니까요.

◇류도성>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어요. 위험하고 힘든 곳이면 옮기면 되지 않느냐? 그런데 고용허가제가 그걸 막고 있죠?
 
◆김정은>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자유롭게 못 옮깁니다. 사업주 동의가 있거나 임금체불, 폭행 같은 법정 사유가 있어야 하고 횟수 제한도 있어요.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보긴 했지만, 위험한 작업장을 떠날 자유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은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언어 문제가 겹쳐요. 안전교육을 받아도 알아듣기 어렵고, 위험하다고 느껴도 말하기 어렵고, 말해도 옮길 수 없는 겁니다. 세 겹이에요. 그래서 안전을 노동자 개인의 주의 문제로 돌리는 이야기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류도성> 도내에 정화조 있는 양돈장이 수백 곳이에요.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농장주분들한테 하시고 싶은 말씀은?
 
◆김정은> 세 문장인데요. 혼자 들여보내지 마세요, 들어가기 전에 재세요, 밖에 사람 세우세요. '잠깐이면 되는데'가 이 사고의 단골 배경입니다. 잠깐이라서 측정을 건너뛰고, 잠깐이라서 혼자 들어가요. 측정기가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시면 안전보건공단 질식재해 예방 지원을 쓰시면 됩니다. 

장비를 빌려주고 교육도 해요. 그리고 외부 업체에 맡겨도 시설 가진 쪽의 안전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건 비용 문제가 아니에요. 사고 난 뒤에 치르는 대가가 훨씬 큽니다.

◇류도성> 수사 얘기로 가죠. 경찰만 보는 게 아니라 노동부 근로감독관도 같이 수사하는 거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게, 저는 좀 걸립니다.
 
◆김정은>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위반을 봅니다. 근로감독관은 이 영역에서 특별사법경찰이라 직접 수사권이 있고,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게 통상 절차예요. 한 달이면 아직 감정 결과와 참고인 조사를 맞춰보는 단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진행자님 말씀처럼, 조용하다는 게 문제예요. 이런 사고에서 유족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입니다. 몇 달이 걸려요. 그 사이에 보상, 장례, 본국 송환이 동시에 돌아가야 하는데, 그걸 챙겨줄 사람이 있느냐가 유족의 처지를 좌우합니다.

◇류도성> 보상은요? 외국인이고, 혹시 체류 자격 문제가 있으면 산재도 못 받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김정은> 이건 분명합니다. 산재보험은 국적을 안 가려요. 판례는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일을 시켰으면 그 일에서 생긴 재해는 책임진다, 이게 원칙이에요. 유족급여와 장례비가 나가고, 사업주 과실이 있으면 민사 손해배상도 별도로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족이 베트남과 네팔에 있어요. 말이 안 통하는 나라의 낯선 절차를 가족 잃은 슬픔 속에서 밟아야 합니다. 권리가 있다는 것과 권리에 닿는다는 건 다른 문제예요. 지금 그 두 유족을 누가 돕고 있는지,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류도성> 제주 1차산업이 이분들 없이 안 돌아간다는 건 다 아는 얘기고요. 그런데 이 사고 나고 도청이나 도의회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저는 기억이 안 나요.
 
◆김정은> 저도 그렇습니다. 감귤밭, 양돈장, 어선, 양식장. 제주 농어촌의 제일 힘들고 위험한 일을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자로 온 분들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산재는 작은 사업장, 위험한 공정에 집중되고, 이분들이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밖, 근로기준법 63조 밖. 그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상당 부분 이분들이에요. 그 바깥이 제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데, 그 바깥에서 사람이 죽어도 도정이 조용하다면, 그게 제주가 이분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거죠.

◇류도성> 그 얘기로 마무리하죠. 우리가 이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김정은> '외국인 인력', '인력난 해소', 이런 말들 속에서 이분들은 자꾸 노동력이 되지 이웃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분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력이 아니라, 매일 같은 마을에서 아침을 맞고 같은 길로 일하러 다니던, 이미 우리 곁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고향에 돈을 보내던 사람들이었을 거고요. 

제주 경제가 이분들 손을 빌리고 있다면 제주 사회는 이분들의 안전과 존엄에 빚을 지고 있는 겁니다. 법은 국적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말해요. 법이 그렇게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런 공동체였으면 합니다.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한 달째 조용한 이 수사가, 책임을 가리는 일을 넘어 같은 죽음을 막는 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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