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보행자 덮친 통학로…6개월 민원에도 '책임 핑퐁'

횡단보도·신호는 경찰 판단·실제 설치는 지자체 예산
도로·보도·통학안전 소관까지 제각각…개선 속도 못 내
주민들 "어디에 말해야 해결되는지 조차 알기 어려워"

전남광주 북구 용두동 참미르초등학교 인근 교통사고 지점. 내리막 도로와 여러 진입로가 만나는 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다. 정유철 기자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가 승용차에 치여 혼수상태에 이르게 한 전남광주 북구 용두동 통학로에서 위험성을 알리는 민원이 6개월 동안 이어졌지만 교통안전시설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관과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서로 달라 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횡단보도와 신호체계 등 교통안전시설의 필요성을 판단해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는 구조에다 보도와 도로 관리, 통학안전 업무까지 기관별로 나뉘면서 통학로 안전을 종합적으로 책임질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오후 1시 50분쯤 전남광주 북구 용두동 참미르초 인근 횡단보도에서는 2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신호를 기다리던 40대 여성을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사고 지점은 우회전 차량에서 보행자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조여서 인근 주민과 학부모들은 수개월 전부터 "사고 위험이 크다"며  관계기관에 반복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다.
 
전남광주 북구 용두동 참미르초등학교 인근 통학로에서 학부모들이 직접 교통안전 캠페인에 나서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을 당부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참미르초와 학부모 등이 작성한 민원·공문 내역을 보면 개교 전인 지난 2월 20일 북부경찰서에 첫 등교일 교통안전 순찰 협조를 요청했다.
 
개교 직후인 3월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과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설치를 비롯해 신호 주기 연장과 일방통행로 지정 등 주변 교통체계 개선을 잇따라 요구했다.
 
같은 달 북구청에는 안전한 통학로 확보와 도로포장을,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에는 학교 주변 이정표 설치를 요청했다. 4월에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과 관련한 민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요청 내용에 따라 민원은 경찰과 광주시, 북구청, 교육지원청 등 여러 기관으로 각각 나뉘어 처리됐다.
 
주변 교통체계 개선 요청 역시 신호 주기 조정 등 일부 검토가 이뤄졌지만 다른 시설 개선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별도의 통학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는 사유지와 좁은 도로 폭 등을 이유로 기존 통학로를 이용하라는 취지의 회신이 전달됐다.
 
이처럼 교통안전시설의 결정권과 실제 설치 권한이 분리돼 있어 교통 민원 하나에 여러 기관이 얽히는 것이다.  
 
광주경찰청은 횡단보도와 신호체계, 차선 등 교통시설의 설치 필요성을 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를 직접 설치할 예산은 갖고 있지 않다.

경찰이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자체에 요청하면 도로 관리주체인 시나 자치구가 예산을 확보해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이 개선이나 설치를 요청하고 실제 시설 설치는 지자체 예산으로 이뤄진다"며 "경찰은 예산 없이 도로 교통시설을 관리하는 구조여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특별시와 북구청의 설명도 비슷하다. 횡단보도를 새로 만들거나 차선을 변경해 달라는 민원이 지자체에 접수되더라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경찰이 설치 가능 여부를 판단한 이후에야 예산을 들여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의 폭과 시설 종류에 따라 관리기관도 다시 갈린다. 폭 20m 이상 도로는 광주시가, 20m 미만 도로와 보도는 자치구가 관리한다. 횡단보도나 차선, 신호등 등 시설 종류에 따라도 담당 부서가 달라진다.
 
북구청 관계자는 "참미르초 도로처럼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경우에는 시 교통부서나 경찰 교통부서가 중심이 돼 개선안이 마련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결국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관과 실제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는 기관이 따로 있고 도로와 보도·통학안전까지 소관이 다시 나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기관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학부모 조미경(45)씨는 "국민신문고와 학교 공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다른 기관 소관이라는 안내가 반복됐다"며 "어디에 이야기해야 전체적인 문제가 해결되는지조차 알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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