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지침은 오는 9일부터 이뤄지는 입찰공고나 수의계약하는 도급계약에 본격 적용된다. 지난 4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침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하도급은 △법령·조례에서 예외를 규정한 경우 △신기술·전문성 활용이나 일시·간헐적 업무 등 원도급자가 직접 수행하기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예외 사유에 해당해도 임의로 하도급 노동자를 채용할 수는 없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도급자는 5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외부 위원을 40% 이상 두는 적정심사위원회를 열어 하도급의 필요성, 조건의 적정성, 노동자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야 한다. 심사에서 적정 판정을 받더라도 발주기관의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번 지침은 그동안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과 '민간위탁노동자 근로조건 보호가이드라인'으로 나뉘어 있던 기준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도급·용역·민간위탁 등 외주화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고용 기간도 손봤다. 발주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 기간을 2년 이상으로 보장하고, 도급계약 기간과 근로계약 기간을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 고용유지·승계를 입찰 조건으로 걸고, 입찰 때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제출받아 도급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했다.
노무비 관리도 강화된다. 원도급자는 도급계약 산출내역서에 노무비를 구분해 작성하고 그 내역을 도급 노동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 노무비 전용계좌를 개설해 구분 지급하도록 했고, 노무비는 임금과 퇴직급여 충당금 등으로만 쓸 수 있다. 회사 이윤이나 일반관리비로 쓰거나 이익잉여금으로 환수하는 것은 금지된다.
계약 전 과정의 관리 조치도 정비했다. 예정가격 산정 시 단순노무 용역에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시중노임단가가 없는 직종은 동종·유사 직종 단가보다 낮아지지 않도록 했다.
발주기관은 이행확약서와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의 이행 여부를 수시로 점검해 2년간 보관해야 한다. 원도급자가 이를 위반하면 계약 해지·해제, 관계법령에 따른 입찰참가 제한, 선정 심사 감점 등의 제재를 받는다.
노동조건 차별을 줄이기 위한 조항도 담겼다. 발주기관 노동자와 원도급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구내식당·화장실 등 복리후생시설, 냉난방·좌석 등 기본 노동환경, 출입 절차와 행정지원을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유사 업무를 할 때는 교대제 방식도 동일하게 운영한다. 다만 일시에 개선이 어려운 경우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발주기관과 원도급자는 공동협의체를 두고 분기별로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등을 논의하게 된다.
이행 점검은 모든 공공부문 기관이 연 1회 이상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도 소속·산하기관을 연 1회 이상 지도·점검한다. 노동부는 사업장 감독을 병행하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올해 3월 지방정부 기획감독을 실시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기 감독을 진행 중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하는 방식과 고용 형태가 달라도 노동의 가치와 권리는 다르지 않다"며 "도급 노동자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공공부문부터 만들어 민간으로 확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