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벼르던 강무길 의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우위 부산시의회가 정작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는 동백전 캐시백 확대와 부산오페라하우스 등 핵심 예산에 손을 대지 않았다.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지역구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 속에 전면전보다는 사업별 옥석을 가리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모양새다. 다만 일부 상임위에서는 사업 효과가 떨어지거나 재원 조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예산을 삭감한 만큼 오늘(8일)부터 시작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에서 다시 한번 여야와 집행부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벼르던 동백전 1290억…기재위는 '무손질'
8일 부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전날까지 부산시가 제출한 6374억원 규모의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마치고 심사 결과를 예결특위로 넘겼다.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전 시장의 '민생회복 100일 비상조치' 핵심 사업인 동백전 캐시백 확대 예산이다.
부산시는 동백전 캐시백을 기존 10%에서 15%로 100일간 한시적으로 높이는 데 129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기존 예산까지 합치면 관련 예산은 2290억원에 달한다.
앞서 김태효 기재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실제 소비 진작 효과와 재정 부담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소관 기획재경위원회는 예비심사에서 15% 캐시백 확대를 위한 1290억원을 삭감하지 않았다.
소상공인과 시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건드릴 경우 자칫 '민생 예산 발목잡기'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재수표 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있었던 만큼 상임위 단계에서는 비교적 신중한 접근을 택한 셈이다.
오페라하우스 지방채도 그대로…당초 우려와 달라
또 다른 쟁점이던 부산오페라하우스 예산도 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었다.소관 행정문화위원회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둔 오페라하우스 준공금 437억원을 부산시가 요구한 대로 반영했다. 여기에는 앞서 논란이 됐던 300억원 규모의 지방채 재원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추경 편성 전부터 한쪽에서는 동백전에 대규모 현금을 투입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재정 운용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당초 예비심사 과정에서 지방채 부분에 상당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행문위는 연말 준공을 앞둔 사업의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집행부 편성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행문위가 모든 사업을 원안 통과시킨 것은 아니다. 부산문화회관 지원 예산은 추경 증액분 9억7천 만원 가운데 2억원을 삭감해 7억7천 만원으로 조정했다. 예산 편성의 적정성이 미흡하다는 게 삭감 이유였다.
'전액 통과'는 아니다…기재위 127억여원 삭감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전재수 시장의 첫 추경을 사실상 무조건 수용한 것은 아니다.기획재경위원회 계수조정 결과를 보면 일반회계 세출에서 모두 127억5500만원이 삭감됐다.
소상공인 공공배달서비스 활성화 사업은 추경안에 편성된 6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기재위는 산출 근거가 미흡하고 쿠폰성 지원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소상공인 에너지바우처는 560억원 가운데 28억원을 삭감해 532억원으로 조정했다. 지원 대상을 연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줄인 데 따른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소비활력 쿠폰 지급 예산도 20억원 가운데 18억원이 깎여 2억원만 남았다.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 등 이동노동자 지원센터 운영 예산도 일부 삭감됐다.
첨단산업국의 자이언트캐스팅 공용센터 기반구축사업 예산도 다수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1억 2천만원이 삭감됐다.
즉 시민에게 폭넓게 혜택이 돌아가는 동백전 캐시백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는 대신, 사업 효과나 산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개별 사업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견제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복지환경위, 일자리 예산 깎고 일부 계속사업은 복원
다른 상임위원회의 심사 역시 전면 삭감보다는 사업별 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일반회계 세출 기준 61억9917만3천 원을 삭감하고 25억원을 증액해 전체적으로 36억9917만3000원을 감액했다.
부산형 장애인 일자리 확대지원 6억3천 만원과 부산형 노인일자리사업 31억3917만3천 원, 신중년 일자리 지원사업 5억3천 만원 등이 삭감됐다. 부산의료원 호흡기센터 기능보강 사업은 45억원 가운데 19억원을 조정해 26억원을 반영했다.
반면 우리동네 ESG센터 조성비 지원과 부산여성플라자 건립 등은 당초 감액 편성된 예산을 일부 되살리는 조정도 이뤄졌다. 단순히 집행부 추경안을 깎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한 조정도 함께 이뤄진 것이다.
해도위, 다대포항 9억 되살리고 지방채는 시비 전환
해양도시안전위원회도 단순 삭감보다는 기존 사업의 연속성과 재원 구조를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계수조정에 나섰다.대표적인 것이 다대포항 해안도로 건설 사업이다. 부산시는 이번 추경에서 해당 사업비 9억원을 감액해 제출했지만, 해도위는 이를 다시 9억원 증액해 원상 복원했다. 다만 재원은 기존 지방채 21억원을 시비로 전환하고, 이번 추경에서 시비 9억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정해 최종 시비 규모를 30억원으로 맞췄다. 사업을 중단시키기보다는 재원 구조를 바꿔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반면 스마트양식 빅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부산시가 제출한 10억원 감액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지방채 20억원을 시비로 재원 변경해 최종 시비를 20억4300만원으로 조정했다. 해도위는 사업별 필요성을 따져 예산을 무조건 되살리거나 깎기보다는, 사업 지속 필요성이 있는 경우 감액분을 복원하고 지방채 부담은 줄이는 방식으로 선별 조정한 것이다.
예결위서 다시 뒤집힐까…동백전·오페라 마지막 관문
이제 관심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예결특위 종합심사로 옮겨간다. 예결특위 13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10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최종 계수조정의 주도권 역시 국민의힘에 있다.상임위에서 살아남은 동백전 1290억원이 예결위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 오페라하우스 지방채 300억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반대로 기재위와 다른 상임위에서 삭감된 사업 가운데 부산시의 설득으로 일부가 되살아날지도 주목된다.
결국 전재수 시장의 첫 추경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선택은 '전면 삭감'보다 민생 사업은 살리면서 논란 사업을 선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단 기울었다.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만 놓고 보면 당초 예상됐던 여소야대의 정면충돌보다는 협치 쪽으로 한 발 움직인 모습이다.
다만 상임위 심사는 어디까지나 1차 관문이다.
국민의힘 최홍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예결위 종합심사와 최종 계수조정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상임위 판단을 얼마나 유지할지, 전재수 시장과 부산시 정무라인이 삭감된 사업과 지방채 문제를 놓고 시의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첫 추경의 최종 성적표는 마지막까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