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치환이 계엄을 주도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의 배우자이자 전 영부인이었던 김건희를 겨냥했다는 의혹을 받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란 곡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프레임이 제기돼 당황스러웠다며, 세상과 조금 더 거리를 둬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가수 안치환의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쇼케이스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낸 정규 14집 '인간계'(人間界) 이후 약 1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다. '나는 오늘만 산다'를 타이틀곡으로 삼았다.
저항가요를 부르는 '시대의 가객'으로 평가받는 안치환은 지난 2022년 2월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안치환이 작사·작곡·편곡한 이 곡은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가 담긴 표지, '왜 그러는 거니 / 뭘 탐하는 거니 / 자신을 알아야지 대체 / 어쩌자는 거니 /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 /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라는 가사 때문에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앨범 소개 글에는 "저항가요에 있어 풍자와 해학의 가치는 언제나 최고의 예술적 덕목이다.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이 그 범주에 속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라며 "이런 노래, 노래의 갈 길은 어디인가?"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기도 했다. 외모 비하를 바탕으로 하게 되면 정당한 문제 제기의 방향성도 흐리게 한다는 비판, 함께 언급된 마이클 잭슨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암 투병 이후 겪은 변화를 언급하던 안치환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 시기는 유튜브를 한창 할 때다. (이 곡은) 저의 순수한, 세상에 대한 외침이었는데 전혀 다른 프레임이 다가오다 보니까 너무 당황스러웠고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 생각이 많이 정리된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안치환은 "세상과 좀 더 거리를 두면서… (이런 자세가) 제가 보기에는 아티스트에게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들은 세상에 근접해야 하겠지만 아티스트들은 세상과 거리를 좀 둬야 한다. 즉자적인 표현과 즉자적인 반응이 너무 일상화된 지금 세상에서 조금은 세상과 어떤 거리를 두고 반응을 가져가야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너무 노골적이고, 즉자적이고… 누구나 다 표현 무기, 작은 무기이긴 하지만 (각자의) 방법을 갖고 있지 않나"라며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즐기려고 애쓴다든지, 남은 생에 어떤 버킷리스트를 갖고 가야 할지라든가, 어떤 공부도 하고 있다. 그런 걸 하면서 시간을 집중해서 보내니까 오히려 가정의 평화라든지, 제 정신적인 안정 같은 것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안치환은 "노래 부르는 사람이 사실 모든 대중들을 상대로 노래를 할 때 어떤 노래를 부르든 호불호는 있겠지만 이게 정치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면, 지금 시대는 더 (감정의) 골이 깊어져가지고 굉장히 노래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런 것들이 자신에게는 "너무 오래된 일"이고 "저항가요는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 (제게는) 늘 자연스럽다"라고 한 안치환은 "불리하다는 걸 감안해야 하는 시대에도 (저는) 별로 주저함은 없다"라면서도 "그건 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완전한 내란 종식, 그 순간이 오면 저는 축가를 부를 것"이라고 밝힌 안치환은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이번 앨범과 관련해, 이제는 조금 더 평화를 노래해도 될 만한 시기라고 판단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안치환은 "평화란 게 거창한 게 아니고 열심히 살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냥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라며 "그렇지만 국가폭력이라는 건 다른 문제다. 이런 건 평화를 가장 건드리는 문제 중 하나고 전쟁과 같다. 이건 (평화의) 가장 야만적인 방해물이어서 이런 거싱 없는 세상에서 열심히 산다는 게 평화인 거 같다"라고 답했다.
안치환은 "내란 주범(윤석열)은 감옥에 가 있다. 사람들이 자꾸 그걸 잃어버리고 싶어 하는데 저는 경계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시대가 세상이 노골적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이제쯤에는 치얼 업(응원)하고 일상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제 음악에서) 제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만 으쌰으쌰 토닥토닥해 줄 수 있는 이런 노래들이 필요하다는 걸 감각적으로 본능적으로 알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보니 그런 노래도 하나 있는 거 같고 '좀 밝게 세상 살아가자' 이런 노래도 있는 거 같고 그 시기가 빨리 왔다는 건 좋은 거 같다. 내란이 종식되는 날 신나게 놀아보자 뭐 그런 거다. 요즘 제 삶이 그리 신나는 건 아니지만, 다음 주에 열릴 콘서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공연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를 비롯해 총 15곡이 실린 안치환의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는 오늘(8일) 오후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