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노래의 힘' 믿는 '아티스트' 안치환, 계속 '내 길'로 항해하기[현장EN:]

가수 안치환이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 쇼케이스를 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열었다. 김수정 기자

"제 부탁은, 노래를 좀 들어주세요. 몇 번 듣고 이 사람이 지금 나이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15집까지 음반을 내는 대한민국의 한 가수, 아티스트가 어떠한 생각을 살고 있다는 것들을 좀 성의 있게 들어주시고 글이 필요하면 글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가수 안치환의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 쇼케이스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낸 정규 14집 '인간계'(人間界) 이후 약 1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다.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를 비롯해 '티비 리모컨'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어' '생일 축하합니다!' '동주와 지용 in Kyoto' '이방인의 밤' '거울속의 나' '꿈을 접었네' '봄길' '이 감덩어리가' '엄마이별' '꽃잎이 떨어지면' '먼 훗날엔 모두 다 잊혀지겠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까지 총 15곡이 수록됐다.

평소 '곡이 부족해서 생기는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안치환. 그는 "14집 내고 1년 만에 (15집을) 낸다는 건 굉장히 빨리 내는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지금 제가 다 만들어 놓은 작업이고, 저는 지금까지 40여 년 음악을 하면서 이런 경우가 있으면 좋겠더라. 노래가 없어서 조급한 거 있지 않나. 음반 내야 되는데 누구한테 빨리 노래 좀 받을 수 없나, 이런 생각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저는 반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게 얘기하자면 굉장히 부지런했던 거고, 때로는 깊이 없이 다작한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저 스스로는 제 노래에 관해 굉장히 자부심이 있다. 드디어 이번 앨범 15집을 내고 앞으로는 노래를 써야 한다. 물론 그동안 세 곡 정도 써 놨지만, 삶의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굉장히 마음은 홀가분하다"라고 전했다.

앨범명 '시즈 더 데이'와 타이틀곡명 '나는 오늘만 산다'는 이 앨범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안치환은 "오늘을 찾고 현실을 즐겨라.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담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라고 소개했다.

안치환이 취재진과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김수정 기자

'15집'이기 때문에 15곡이 실린 것인지 질문에 "아, 그건 우연이다"라고 웃은 안치환은 "굉장히 앨범에 (곡을) 많이 싣는 편이다. 빼는 노래 때문에 고민했지, 실을 게 없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라며 "늘 15곡 내외가 됐던 거 같다. 11집이었던가, 암 투병할 때 그때는 많이 하진 못했다. 그 이후에는 오히려 2장(분량)을 한꺼번에 (한) 앨범에 낼 때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한 앨범에 워낙 많은 곡을 싣다 보니 타이틀곡 외에는 덜 주목받을 수 있어 누군가 '곡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느냐?'라고 했을 때도,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게 안치환의 생각이다. 그는 "그건 제 삶의 음악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오늘만 산다'가 타이틀곡이 된 이유도 물었다.

"(저는) 하나의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을 다 사랑합니다, 다 귀중하고. 그거 만들 때 기억 생각해 보면 무엇 하나 서투른 것은 없어요. 하지만 저도 (가수가) 직업이고 앨범이 나오면 세상에 알려야 하는데 제가 앨범 뒤에 후기 썼지만 지금 제 나이에 앨범을 낸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알릴 방법 면에서요. 음원의 최고 베테랑 사업자가 저한테 아쉽지만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되게 좀, 정말 한심한 세상이구나, 힘든 세상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길을 간다… 어차피 이건 무를 수 있는 길도 아니니까 또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노래가 갖고 있는, 노래의 힘을 믿어요, 노래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기획사가 방송국 나가서 (노래를) 띄우고 라디오 나오게 해서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저도 무대가 많이 줄었어도 무대도 있고… 노래 자체가 좋으면 그 자체가 갖는 힘이 있죠. 가장 겸손하게 선택한 노래가 저 노래예요. 취향이 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고요."

음악적으로 가장 고마운 친구 중 한 명으로 직접 언급한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가 '나는 오늘만 산다'의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안치환은 "제가 노래 받기 좀 까다로운데 늘 고맙게 노래를 받는 친구다. 그 송봉주씨가 '형을 생각하면서 썼다'라는 노래가 '나는 오늘만 산다'라는 노래다. 감사하고 겸손하게 그 노래를 잘 녹음했고, 앞으로 이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바랐다.

'시즈 더 데이' 앨범 소개 글에는 "이 노래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방법이 이젠 별로 없습니다. 지금 연세에 이렇듯 왕성한 창작을 하시는 일은 대단하지만 세상은 이미 변했고 세대도 바뀌었고… 현실이 그렇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안치환이 앨범 수록곡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번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를 두고 "좀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제 음악 인생의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음원 사업자가)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이 이제는 없다고 얘기했지만, 저는 그래도 노래의 힘만을 믿고 제 갈 길을 가겠다"라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또한 안치환은 아티스트는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은 세상에 근접해야 하겠지만 아티스트들은 세상과 거리를 좀 둬야 한다"라는 안치환. 아티스트를 아티스트일 수 있게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또 본인은 어떤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이 나왔다.

"아티스트랑 엔터테이너 얘기한 건 제가 아티스트이고 싶어서 얘기를 해요. (일동 웃음) 엔터테이너를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고요. 각자가 선택하는 자기 삶이죠. 저는 이 길을 선택했고 제 성향상 TV 나와서 카메라 앞에서 노래할 때 저는 갑자기 몸이 굳어요. 자연스럽지 못하고, 몇십 년이 지나도 잘 안돼요. 지금 자연스러워졌다고 해도 불편합니다. 다만 제가 맘대로 놀 수 있는 이 자리가 좋고 콘서트가 좋은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세상에 연예인만큼 나르시시스트(자기애를 바탕으로 자기 중심성을 가진 사람)는 없다고 생각해요. 연예인만 한 나르시시스트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쁘게 얘기하면 '관종'(관심종자)이고 좋게 얘기하면 나르시시스트죠. 그걸 능가하는 정직한 존재가 바로 아티스트죠. 절대 침로(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를 벗어나지 않는 항해자의 마음,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하죠. 내가 가고자 하는 일에, 어떠한 힘센 바람이 불건 조류가 밀려오건 난 내 길을 향해서 항해하는 그 마음. 

그 조타가 아티스트의 덕목일 거 같아요. 나를 팔아 모든 것을 취할 수 있겠죠. 끝까지, 내 집까지, 내 가정 안의 부엌의 구석구석까지 보여주면서 나를 팔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내 길은 아니죠. '나는 절대 항로를 변경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던 나의 길이고 그렇습니다."

이날 안치환은 2번 트랙 '티비 리모컨'과 3번 트랙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어'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타이틀곡 '나는 오늘만 산다' 무대를 마지막으로 쇼케이스를 마쳤다. 안치환의 정규 15집 '시즈 더 데이'는 오늘(8일) 오후 발매돼, 현재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8일 저녁 7시, 19일 오후 4시 두 차례에 걸쳐 연남스페이스에서 콘서트 '가을을 노래하다'를 개최한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