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공익제보한 뒤 전보와 해임을 겪었던 지혜복 교사가 내일(9일)부터 원래 학교로 돌아간다. 서울시교육청은 지 교사와 피해학생·양육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공익신고자로 최종 인정되기 전이라도 신고자를 우선 보호하는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감, 지 교사·피해학생·양육자에 공식 사과
서울시교육청은 8일 지 교사 및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동대책위원회'와 지 교사 사안 해결과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한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합의에 따라 지 교사는 내일부터 원소속 학교에 복귀한다. 교육청은 지 교사가 안정적으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휴가 사용과 직무 적응, 심리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해임 기간 지급되지 않은 봉급과 호봉 승급분, 각종 수당도 소급 지급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 교사가 공익제보 뒤 공익신고자로 제때 인정·보호받지 못하고 전보와 해임, 장기간의 소송을 겪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당시 충분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성폭력 피해학생과 양육자에게도 사과하고, 희망할 경우 상담·치료 등 회복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은 지 교사가 A중학교 상담부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5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피해학생의 신원이 학교 조사 과정에서 노출되자 서울시교육청에 학생인권 침해 구제를 신청했다.
학교 측은 2024년 2월 교사 정원 감축을 이유로 지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보했고, 지 교사는 이를 공익신고에 따른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하며 출근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갔다. 교육청은 같은 해 9월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지 교사를 해임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 29일 전보 처분을, 7월 24일에는 해임 처분을 각각 취소했다. 법원은 지 교사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전보 처분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반하는 불이익 조치라고 판단했다. 교육청은 해임 취소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판결은 지난달 11일 확정됐다.
교육청은 이에 따라 지난달 지 교사를 복직 처리했지만, 지 교사 측은 공식 사과와 책임 규명, 공익신고자 보호 절차 개선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지 교사 측은 교육청 앞 농성을 끝내고 이미 제기된 고소·고발도 취하하기로 했다.
'제2의 지혜복' 없도록…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이에 이번 합의문에는 강화된 공익신고자 보호 절차도 담겼다. 교육청은 내년부터 공익신고를 했거나 자신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법적 판단이 확정될 때까지 공익신고자로 우선 추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당사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전보 등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인사 조치를 하지 않는다.공익신고자 인정 여부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사실상 보호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합의문에는 공익신고자의 보호 필요성을 최종 판단 전부터 살피고 불이익 조치 예방과 보호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혜복 교사 전보 과정 조사…3개월 내 마무리
교육청은 별도의 조사·평가 TF도 꾸린다. A학교 성폭력 사안 처리와 피해학생 보호, 지 교사의 전보 조치, 공익신고자 인정·보호 과정 전반을 '감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사·평가한다.TF에는 외부 전문가 1명이 참여하며, 합의 체결일부터 3개월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한다. 조사 결과 문제점이나 책임 소재가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조치하고, 결과는 공익신고자 보호와 부당 전보 방지 등 제도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학교 성폭력 대응체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피해자의 권리와 사안 처리 절차를 안내하는 자료를 마련하고 피해자 상담과 회복 지원, 가해자 교육과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 여성단체와 교원단체, 전문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한시적 협의체도 꾸려 성평등한 학교문화와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제도와 행정의 부족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번 합의를 긴 갈등의 끝이자 더 나은 서울교육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출발로 삼아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