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에 볼모 잡힌 홍콩 ELS 과징금, 6천억서 더 내려갈까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권 제재안에 대한 막바지 논의에 착수했다. 은행들이 포용금융 자금 여력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어서 과징금 액수를 둘러싼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개월 미뤄진 제재안…국정감사 전 끝내나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 ELS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과징금 부과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홍콩 ELS 과징금 부과안은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례회의 전 안건소위원회를 열어 제재안을 심사해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번달 초 안건소위에서는 해당 제재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안건소위를 열었지만 은행 5곳에 대한 홍콩 ELS 제재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당국은 홍콩 ELS 제재안 절차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다음달 국정감사 이전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다음주 안건소위에서 해당 제재안을 논의한 뒤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보완 요구를 반영해 1조4천억원으로 책정한 과징금 규모를 6천억으로 대폭 삭감했다.

"수천억 과징금 내면 포용금융은 어떻게?"

연합뉴스

과징금 규모가 1조4천억원서 6천억원대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지만 당국의 고민은 더 커졌다.

당초 2조원에 달하던 감독원의 과징금은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1조4천억으로 낮아지고 금융위 보완요구까지 더해지면서 과징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공이 금융위로 넘어가면서 제재안 과징금 수위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들은 손실을 본 고객에게 자율배상을 실시했고 대부분의 고객이 자율배상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입장인 만큼 법적 대응도 준비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은행으로서 충분히 설명했다는 서류들이 증거로 남아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배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 등 법적인 대응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실 책임을 은행에게 물을 수 없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창원지방법원은 홍콩 H지수 ELS 투자자 A씨가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1월에는 홍콩 ELS 투자자가 KB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10억원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기도 했다.

수천억원대 과징금 탓에 포용금융 등 정부 정책금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단은 우려도 나온다.

과징금 지불을 위해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을 늘리면 그만큼 자본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쓸 수 있는 자본이 과징금으로 묶여지는 건데 포용금융과 생산금융 등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결론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과징금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라며 "과징금 액수와 관련해서는 은행이 그동안 소명을 해 온 만큼 좀 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