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프랑스 개신교 신앙과 위그노 박해의 역사를 간직한 1678년 제네바 불어 성경이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사장 이영훈 목사, 관장 안교성 목사)에 기증됐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프랑스연합개신교회(L'Église Protestante Unie de France·EPUdF)로부터 최근 167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판된 불어 성경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 성경은 프랑스 개신교도인 위그노 후예 가문이 여러 세대에 걸쳐 보존해 온 유물이다.
위그노는 16~17세기 프랑스의 종교 갈등과 박해 속에서 개신교 신앙을 지킨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1685년 낭트칙령 철회 이후 예배가 금지되고 교회와 학교가 폐쇄되면서 많은 이들이 망명길에 오르거나 숨어서 믿음을 이어 갔다. 이번에 기증된 성경은 이러한 박해와 망명의 시간을 지나 여러 세대에 걸쳐 보존돼 온 신앙 유산으로 평가된다.
167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판된 이 성경은 1588년 발간된 베자의 불어 성경의 개정본으로, 같은 판본은 제네바 도서관과 미국 성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성경은 제네바를 비롯해 프랑스 쥐라, 라 레파라, 파리, 모, 마르크앙바뢸, 피브-릴을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3개국 8개 지역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성경엔 프랑스 위그노 박해의 흔적도 남아 있다. 표지와 일부 페이지가 누락돼 있는데, 박해 당시 개신교인을 색출하던 군인들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성경(Bible)'이라는 단어가 적힐 가능성이 큰 서문과 색인 등 성경의 앞뒤 부분을 제거했다는 설명이다.
위그노 후예인 뒤몽 드 크레스트 가문이 대대로 지켜 온 이 성경은 여러 후손의 손을 거쳐 몽쟁 가족에게 전해졌다. 기증자인 피에르 몽쟁은 가톨릭 교인으로서, "이 성경은 공포, 침묵, 망각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며 "이제 가톨릭 교인인 몽쟁 가족이 이 성경을 한국 개신교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이 평화, 일치, 복음 메시지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내는 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증예식에서 엠마뉘엘 세이볼트 프랑스연합개신교회 전 총회장은 "프랑스 개신교회 신앙의 중심인 이 성경이 한국교회에 전달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한불 양국의 역사와 선교적 교류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달익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이사는 "이 성경에는 지난 수백 년 동안 프랑스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지켜온 신앙과 고난, 인내의 역사가 스며 있다"며 "기증자 가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성경을 지켜온 마음과 정성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까지 안전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감사의 뜻으로 이영훈 이사장 명의의 감사패와 최초의 한글 성경인 '예수성교전서' 영인본을 프랑스 측에 전달했다. 문화관 측은 이번 유물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신앙을 지켜 온 프랑스와 한국의 신앙인들을 잇는 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와 세계선교사회, 프랑스연합개신교회, 유럽위그노연구원 등은 프랑스에서 '제1회 위그노 역사·선교포럼'을 열고, 신앙 박해로 종교 난민이 된 위그노의 역사를 디아스포라 선교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또,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계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국제종교개혁박물관을 방문해 성경의 정확한 출처와 누락 부분에 관한 자료를 확인하고, 향후 유물 연구와 보존,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