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순수 신장기증인인 박진탁 목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명예이사장)가 8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9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노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박 목사가 이날 새벽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생전 뜻에 따라 오는 10일 오전 의학 발전을 위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한다.
박 목사는 1968년 우석대학교병원( 원목現 고려대학교 부속병원) 원목 시절 행려환자를 위한 헌혈을 계기로 생명 나눔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국 이민 생활 중 뇌사자의 장기기증 사례를 접한 뒤 귀국해, 1991년 국내 최초로 타인을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신장 하나를 기증하며 국내 장기기증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한 박 목사는 국내 장기기증 운동의 토대를 마련하고, 제도와 문화 개선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 고인의 신장기증 뒤 1991년 한 해에만 23명이 순수 신장기증에 동참했고, 현재까지 본부를 통해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사람은 969명에 이른다. 아내 홍상희 씨도 1997년 신장기증에 참여해 부부 신장기증인이 됐다.
박 목사는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그치지 않고 장기매매 근절과 제도 개선에도 앞장섰다. 2000년 시행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에 참여했고, 응급 상황에서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2007년부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도 기여했다.
대학·기업·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치며 생명 나눔 문화를 사회 곳곳으로 넓혔다. 그 결과 현재까지 본부를 통해 약 120만 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또 뇌사 장기기증인과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의 필요성도 알리며, 기증인의 뜻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신장질환 환자 지원에도 나섰다. 1999년 환자 본인부담금이 없는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열었고, 2007년에는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제주 라파의 집' 개원에도 참여했다. 2021년에는 장기기증 운동의 지속을 위해 본부에 1억 원의 유산 기부를 약정했다.
박 목사는 평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해 왔다. 목회자로서 품었던 이 신념은 헌혈과 신장기증, 장기기증 운동으로 이어진 평생 실천의 바탕이 됐다.
박 목사는 헌혈과 장기기증 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포장과 의인상, 영곡봉사대상, 한신상 등을 받았다. 생전 사후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 시신기증의 뜻을 밝혔지만 고령으로 다른 기증은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기증을 결정하며 평생 지켜온 생명 나눔의 약속을 남겼다.
고인의 장례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법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103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11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