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다수의 유사 피해 현장을 경험했지만, 이번 네팔 현장에서는 도저히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재난의 특이성과 지형적 접근 제한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팔 대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9명을 찾기 위해 현지에 투입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가족들이 수색을 요청한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집중 수색에 나섰지만 실종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KDRT는 8일(현지시간) 네팔군과 헬기 2대를 이용해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으로 이동한 뒤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파워하우스와 옐로브리지 인근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이곳은 실종된 한국인들의 가족들이 그동안 수색을 강하게 요청해 온 지역이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마주한 것은 수색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로 험준해진 지형이었다.
헬기 한 대는 파워하우스 지역에, 다른 한 대는 이곳에서 약 6㎞ 떨어진 네팔군 베이스캠프에 착륙했다.
파워하우스에 투입된 구조팀은 경사가 워낙 가팔라 도보 수색이 가능한 지역이 없다는 네팔군의 판단에 따라 드론을 띄워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다른 팀은 상류 방향의 임시도로를 따라 걸으며 대피 가능 지점을 찾았지만 도로가 끊기면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약 1시간 40분 동안 드론을 이용해 주변 지역을 수색했다.
구조대의 집중 수색에도 이날 한국인 실종자들과 관련한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현문 소방청 구조본부장은 이날 오후 KDRT 베이스캠프가 있는 바그마티주 바타르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장 수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본부장은 "33년간 근무하면서 2006년 강원도 인제 내린천 집중호우 산사태 등 다수의 유사 피해 현장 수색·구조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번 네팔 현장에서는 도저히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재난의 특이성과 지형적 접근 제한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락이 두절된 우리 국민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네팔 구조당국도 수력발전소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네팔 당국은 칠리메 등 12개 수력발전소에서 실종된 직원 약 900명 가운데 121명이 여러 터널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생존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다르마 라지 우프레티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장은 "수색 작전은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를 포함해 생존자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칠리메 수력발전소에는 구내식당과 숙소 등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9명이 일했던 UT-1 수력발전소에서 트리슐리강을 따라 하류로 약 6㎞ 떨어진 트리슐리 3A·3B 수력발전소 터널에서도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네팔 구조대는 관을 이용해 터널 내부로 산소를 공급하는 한편 진흙과 잔해로 막힌 입구를 뚫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투입했다.
특히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일대에서는 지난 5일 네팔인 직원 2명이 대홍수 발생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추가 생존자 발견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네팔군이 수색을 위한 헬기 운용을 크게 줄이고 남은 헬기도 구호·복구 물자 수송에 투입하는 등 현지 대응의 무게중심은 점차 복구 작업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 상류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이날까지 네팔에서 135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홍수와 연관된 토석류로 숨진 43명을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는 1400명에 달한다.
실종자는 네팔 5326명과 티베트 지역 519명 등 모두 5845명이다. 실종자 가운데는 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9명이 포함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