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 평화: 바티칸에서 발견한 충남 종교문화자원의 의미 ② 전환: 독일 바스프 사에서 내다본 석유화학의 미래 (계속) |
'We create chemistry(우리는 화학을 창조합니다).'
독일 루트비히스하펜 라인 강변에 본사를 둔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우리는 화학을 창조합니다'는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석유화학단지로서 세계 최대 규모(10㎢)로 알려진 이곳의 기업 슬로건이다.
'석유화학제품' 하면 먼저 떠오르는 각종 제품은 물론, '비타민'과 '음료용 탄산', '향기'까지. 어쩌면 일상의 모든 가공품이 바로 '바스프의 생산품'이었다.
바스프의 생산품은 무려 4만여 개 제품의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내 도로 총 길이가 106㎞, 파이프라인은 무려 2851㎞에 달했다. 일반 열차가 사업장 내까지 들어와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싣는 곳. 사업장은 물론 이곳이 위치한 루트비히스하펜 자체가 하나의 바스프 생태계였다.
하지만 바스프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 같은 규모만이 아니다. 바스프 관계자는 'We create chemistry'라는 기업 슬로건의 전체 문장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고 했다. 바로 'for a sustainable future(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였다.
바스프가 설명하는 이 '지속가능성'은 '페어분트(Verbund)'에서 비롯된다. 독일어로 '연결' 또는 '결합'을 뜻하는 말이다.
바스프가 핵심 기업 철학이자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이 페어분트는 생산 설비와 원료, 에너지 간 흐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체계로 설명된다.
한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하며 발생한 부산물이나 남은 원자재는, 사업장 내 다른 공정의 원료로 활용되며 순환이 이뤄진다. 화학 공정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열과 에너지 또한 버려지지 않고 다른 공정에서 재사용된다.
이를 통해 자원 소비와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 또한 절감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낮추고 있다.
페어분트는 결과적으로 자원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순환경제'의 실현으로 이어진다. 바스프는 폐플라스틱을 화학 공정에 다시 활용하는 '켐사이클링(Chemcycling)'이나 바이오매스 균형 접근법 상용화 등 지속가능한 화학산업의 표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설비 간의 유기적 결합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환경 문제 등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에도 화학산업이 기여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바스프는 소개한다.
그런 맥락에서 바스프의 기업 슬로건인 'We create chemistry'는 단순히 화학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사람·사회·환경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든다는 뜻 또한 담고 있다고 한다.
바스프의 이 같은 시도는 거센 전환의 파고와 마주한 우리나라 석유화학단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인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산업단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세계적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불안정, 탄소중립 정책 강화 등이 맞물리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서산시 역시 취업자 수 및 고용률의 지속 하락, 지역 내 폐업률 상승 등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며 지난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렇게 존폐와 맞닥뜨린 석유화학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필수적인 고민이 됐다.
대산석유화학단지 내에서도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고기능성 특수고분자' 등 첨단·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 바스프 본사를 방문한 박수현 충남지사는 이 같은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사업 재편과 신규 투자 등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수현 지사는 "바스프에서 확인한 통합과 효율의 지혜를 대산의 현실에 맞는 지원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며 "설비를 줄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대산의 다음 경쟁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충남도는 인허가와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필요한 정부 지원이 적기에 연결되도록 하겠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지역의 일자리와 협력업체를 지키고, 대산이 탄소 감축과 고부가가치 소재 전환을 통해 다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