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 중엔 폰 봐도 돼" 부모 말 믿은 베이비시터, 4세 사망에 '유죄'

2023년 부산서 수영 강습 받던 4세 남아 사망
수영장 통학 맡은 외국인 여성 주의의무 위반 혐의
법원, "계약상 의무 없지만 사회 통념상 주의의무"
벌금 200만 원 선고 유예 판결

연합뉴스

부산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 강습을 받던 4세 아동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수영장에 데려다준 베이비시터에게도 사회 통념상 아이를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장기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카자흐스탄 국적 A(20대·여)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9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범죄 성립과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범행 정도와 정상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제도다.
 
A씨는 지난 2023년 2월 부산진구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자신이 돌보던 B(4·남)군이 물에 빠져 숨진 사고와 관련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군에게 수영복과 보조 기구를 착용시킨 뒤 의자에서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봤고, B군이 구조될 때까지 사고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B군은 수영 강습 중 물놀이를 하다 보조 기구가 수영장 사다리에 끼여 2분 44초가량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이 사고로 수영 강사는 지난해 1심 재판에서 금고 1년의 집행유예 2년, 수영장 안전관리팀장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부산법원종합청사. 박진홍 기자

이번 재판의 쟁점은 A씨에게도 수영 강습 중 B군을 직접 지켜볼 주의의무가 있었는지였다.

A씨 측은 계약상 업무는 수영 강습 통학에 그쳤고, 강습 중 보호·관찰 의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군 보호자도 A씨에게 "강습이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를 보며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계약상 관찰·보호 의무가 없다고 봤지만, 이와 별개로 A씨에게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리상 주의의무는 법령이나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구체적인 상황과 사회 통념상 마땅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의미한다.
 
장 판사는 "보호자를 대신해 위험성이 있는 수영장에 통학, 상주하는 만큼 아동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조리상 주의의무가 있다"면서도 "다른 관계자들보다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경미하고, B군 보호자가 처벌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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