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의 첫 행정수반을 지낸 둥젠화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9일 로이터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둥 전 홍콩 초대 행정장관이 전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사무실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성명은 "둥 선생은 평생 흔들림 없는 헌신으로 국가와 홍콩특별행정구를 위해 봉사했다"며 "성실함과 연민, 품위를 갖춘 그의 공헌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1937년 중국 상하이의 해운기업 '오리엔탈 오버시스'를 운영하는 가문에서 태어난 둥 전 부주석은 1947년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했다.
그는 이후 영국에 유학을 다녀온 후 1969년 홍콩으로 돌아와 가업에 합류했으며 1982년 오리엔탈 오버시스 총수를 지내기도 했다.
둥 전 부주석은 1985년 홍콩 기본법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위원회에 참여했다. 홍콩 기본법은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명시한 홍콩의 헌법적 성격을 띤 법률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그는 1996년 12월 5년 임기의 홍콩 초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당선됐다. 첫 번째 임기를 마친 뒤에도 경쟁 후보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2003년 7월에는 홍콩 정부가 이른바 '국가보안법'(홍콩 기본법 제23조 국가보안법안) 제정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50만 명이 시위에 나서면서 위기를 맞았다.
법안 추진이 결국 철회됐지만 홍콩에서는 2020년까지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 연례행사처럼 시위 행진이 이어졌다.
2004년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큰 정치적 파장을 낳은 가운데 그해 12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업무 성과가 부진하다며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2005년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자신의 두 번째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콩 행정장관을 그만 둔 이후에는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정협 부주석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