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발주한 종이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 입찰가격을 미리 정해 담합한 제지업체 6곳에 과징금 30억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솔제지,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사가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인쇄용지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 900만원을 부과했다고 9일 밝혔다.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6건의 인쇄용지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업체들은 입찰 전 모임이나 전화 연락을 통해 낙찰자를 정한 뒤 나머지 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 저가 수주를 막고 높은 낙찰률을 유지해 인쇄용지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 담합 기간 6건의 평균 낙찰률은 약 96.2%로 나타났다. 최고 낙찰률은 99.4%에 달했다. 담합이 없었던 2018~2020년 평균 낙찰률 87.6%보다 8.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첫 담합은 2021년 7월 공고된 2022년형 연말간행물 인쇄용지 구매계약에서 이뤄졌다. 1차 입찰에서는 사전에 낙찰자로 정한 한솔제지가 37억 2175만원에 계약을 따냈다. 낙찰률은 99.08%였다.
이어 2023년형 연말간행물 입찰에서는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42억 4213만원에 낙찰받았고 낙찰률은 99.38%까지 올라갔다. 이후 입찰에서도 낙찰률은 91.93~97.52%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합의한 낙찰 예정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자 들러리 업체가 대신 낙찰받은 사례도 있었다.
2차 입찰에서는 낙찰 예정자였던 한솔제지가 앞선 납품 과정의 문제로 농민신문사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아 불참하자,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낙찰받았다. 5차 입찰에서도 낙찰 예정자였던 한국제지가 제출서류 미비로 탈락하면서 같은 두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공정위는 제지업체들이 인쇄용지 가격을 담합하던 과정에서 입찰 담합까지 벌인 것으로 봤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쇄용지 수요가 감소하고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상승 등으로 제조원가가 오르자 가격 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담합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은 국내 인쇄용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인쇄용지 제조·판매 매출액 기준 6개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95%를 웃돈다. 수입 인쇄용지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점유율은 약 81%다.
업체별 과징금은 무림피앤피가 9억 48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무림페이퍼 5억 7300만원, 한솔제지 5억 5600만원, 한국제지 5억 1500만원, 홍원제지 3억 5800만원, 무림에스피 59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한솔제지와 한국제지 등 2개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동일한 제지업체들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에 이어 입찰 담합까지 적발·제재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제지산업 분야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