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족들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망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처음부터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며 계획 범행을 부인했다.
9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7)씨의 살인, 특수주거침입, 특수상해, 특수감금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는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족을 성폭행한 범죄의)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피해자를 처벌하려는 목적이었다"며 "계획적으로 살해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쌍방 항소했다.
이날 검찰은 피해자 유족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재판부는 이들 중 1명 만을 오는 11월 11일 예정된 공판에서 신문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월 16일 오후 6시 39분쯤 원주시 태장동의 한 아파트에서 B(45)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자신을 '택배 기사'라며 피해자의 모친 C(71)씨를 속여 집으로 들어간 뒤 C씨를 폭행하고 감금했다. 이어 집에 돌아온 B씨와 격렬한 몸싸움을 하다 주방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성범죄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을 성폭행했다는 망상에 빠져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소 후에는 흥신소를 이용해 B씨의 집을 알아낸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주장을 반복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해를 끼쳤다"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감히 짐작이 어렵고, 범행 수법도 매우 잔혹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검사 결과 피고인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성향은 이전 범죄로 처벌받은 이후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바도 없으며, 피해자 측은 계속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