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혐오장사'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기자수첩]
법 개정 통해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의 '발언 권력'에 족쇄 채워야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교 야구대회에서 5·18 조롱성 구호를 외친 배재고 학생들은 출전 정지 등 무거운 징계를 받았지만 정작 국회 한복판에서 5·18 폄훼 발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게는 뚜렷한 제재 없이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월 고교 야구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쳤던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출전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했고 국립 5·18민주묘지에 잠든 영령들 앞에 엎드려 참배했다. 청소년들의 몰지각한 언동에 가해진 처분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당시 보란 듯이 매장 방문 인증 사진을 올리며 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의정 활동을 이어갔다. 더 나아가 지난달에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국회에서 5·18 왜곡 토론회를 주최하며 호남지역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공적으로 정당화하는 장을 깔아줬다.

하지만 그 어떤 국회 차원의 실효적 징계도, 사법적 단죄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의 발언에는 가차 없이 징벌의 잣대가 드리워졌지만 그 조롱의 언어를 생산하고 유통한 권력자들은 자율징계의 무풍지대 속에서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혐오표현은 결코 우발적인 '말실수'가 아니다. 특정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이익을 노린 의도적 전략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의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어 책임을 피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 현행 5·18 특별법이 허위사실 유포만을 협소하게 다루는 탓에 비열한 조롱과 폄훼를 단죄하지 못했고 그 사이에 혐오 정치는 학습되고 대물림됐다.

이런 가운데 9일 국회에서는 5·18기념재단 등이 참여한 공동행동단 주최로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규율을 위한 법 개정'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혐오표현의 정의를 세워 인권위 조사와 시정권고 근거를 마련하고, 국회법상 징계사유에 혐오표현을 명시하는 등 5개 법률 개정안이 집중 논의됐다.

왜곡된 발언으로 역사를 평가하며 논란을 부추겨도 아무 문제 없이 활동하는 정치인들에게 제도적 책임을 단계적으로 묻는 기준을 세워 공직자의 무책임한 '발언 권력'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권력자가 뿌린 혐오의 대가를 권력자만 치르지 않는 모순을 끊어내야 한다"면서 "반드시 법 개정을 통해 '제2의 이진숙' 사태를 막고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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