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논의하는 '2026 세계에큐메니칼평화대회'가 오늘 서울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군사적 긴장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치유와 화해를 향한 종교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인데요.
특히 이번 대회는 남북 교회가 처음으로 만나 화해를 논의했던 1986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4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정원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70년 넘게 이어지는 한반도의 분단과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쟁의 참상.
파괴와 대립이 일상이 된 복합 위기 속에서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가 서울에 모였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공동 개최한 이번 대회는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교회의 사명을 묻는 국제 대화의 장입니다.
개회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제리 필레이 WCC 총무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교회가 생명과 화해의 표지가 돼야 한다며 용기 있는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싱크] 제리 필레이 목사 /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평화는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낙관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지금도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믿음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과 폭력이 이어지는 이 세계에서, 그리고 이 한반도에서 마침내 평화가, 정의로운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의 증언입니다."
꽉 막힌 남북 관계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열린 이번 평화대회에 우리 정부도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개회예배 직후 축사에 나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70년 넘게 계속되는 정전 상태를 이제는 끝내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행동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1986년 글리온 회의처럼 교회가 대화 단절을 극복하고 남북 화해의 다리를 놓는 데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연설에서는 종교가 오히려 권력과 결탁해 갈등을 부추기는 뼈아픈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싱크] 요나스 욘슨 주교 / 스웨덴교회 스트렝네스 교구 명예주교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무기화해 왔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기독교 우파 세력의 지지를 끊임없이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력 침략과 전쟁을 신성화하고 적을 비인간화하며 종교적 민족주의와 극단주의를 부추기기 위해 종교적 언어와 신학적 권위를 오용하는 일이 갈수록 늘어갑니다."
요나스 욘슨 주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무기화되고 있는 종교의 현실을 지적하며, 에큐메니칼 연대를 통한 본질적 소명 회복을 역설했습니다.
오는 13일 주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이번 대회에서는 전 세계 분쟁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군축과 비핵화, 구조적 폭력 문제를 짚어보고, 국제적 공동행동을 담은 '2026 평화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남북 분단의 상처를 몸으로 마주하는 DMZ 평화순례에 나서며, 주일 세계 교회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예배를 끝으로 대회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남북 교회가 하나 됨을 고백했던 글리온 회의 이후 40년.
(스탠딩) 또다시 전운이 감도는 중동과 얼어붙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교회의 연대가 다시 한번 평화의 길을 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