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체육분야 보조금 부실이 우려되는 12개 지방정부를 따로 조사한 결과, 관련 보조사업에서 광범위한 부실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 수익금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에 투입된 보조금만 최소 2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보조금 정산·관리가 부실할 것으로 우려되는 12개 지방정부를 선정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부실 우려 12개 지자체서 새나간 돈 최소 200억…자료 제출조차 못한 경우 많아 실제 사라진 돈 더 많을 듯
이번 조사 대상은 경기 화성시, 강원 원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구미시와 포항시, 경남 양산시와 통영시,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충북 진천군, 전남 순창군과 진도군이다.이번에 권익위는 이들 지방정부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체육분야 보조사업의 보조금 편성·교부·집행·정산·후속관리 등 사업 추진 전 과정을 조사했다.
기초지방정부는 지역 주민의 체육 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 체육을 진흥하기 위해 지방체육회와 종목별 단체를 보조사업자로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가 추진한 체육분야 보조사업은 3만 1578개로, 교부한 보조금은 약 1조 5313억 원에 달한다.
지방보조금 관리 기준에 따르면 보조금을 신청하는 지방체육회 등 사업자는 체육행사 등을 개최하는 등의 사업으로 수입이 예상될 경우, 보조금 신청 단계에서 예상 수익금을 사업계획서 등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권익위 조사 결과 지방체육단체가 각종 대회를 개최하면서 선수들로부터 받은 참가비, 입장료나 협찬·후원금 등 대회 수익금을 보조금 신청 단계부터 최종 정산 단계까지 누락하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익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보조사업에 투입된 보조금 규모만 해도 최소 2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번 조사에서 대다수 체육회가 수익금의 수입·지출 내역과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은 탓에 권익위로서는 일부 제출된 수익금 집행 내역만을 토대로 조사했다. 따라서 아직 확인하지 못한 정산 누락 규모는 확인된 규모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 용역에 가짜 증빙, 허위 발주, 가족 업체까지 수법도 다양…체육 보조금 곳곳에서 줄줄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ㄱ연맹은 비슷한 대회를 여러 기초지방정부에서 각각 개최하면서 대회 수익금 전액을 우수선수 해외 파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보고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로는 학부모가 항공료를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ㄱ연맹은 다수의 기초지방정부에 동일한 자료를 수익금 사용 증빙으로 중복 제출하는 수법으로 약 1억 4천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
ㄴ체육회는 대회 참가비로 얻은 약 5800만 원의 수익금 가운데 약 4800만 원을 임의로 집행하고, 이 가운데 약 1800만 원은 사업 목적과 관계없이 협회 지도자 부의금 등으로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부받은 보조금을 고의로 편취한 사례도 확인됐다. ㄷ기초지방정부의 체육분야 보조사업 담당 공무원은 2023년 보조사업비가 부족해 용역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지자 2024년 실제 용역이 없었는데도 가짜 임차용역 계획서를 첨부한 공문서를 작성해 일반회계 예산 약 2천만 원을 허위로 집행했다. 또 이렇게 해도 돈이 부족하자 보조사업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ㄹ협회 사무국장은 보조사업에 사용할 물품의 발주와 납품 검수까지 모두 혼자 맡으면서 배우자와 모친, 장인 등 가족이나 친구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이용해 보조사업에 사용할 용품 등을 허위로 발주했다. 이를 통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62차례에 걸쳐 가로챈 돈이 약 4억 원이나 됐다.
이 밖에도 다른 지역체육단체에서 대회 관련 물품 등을 체육단체 임원이나 그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 등으로부터 비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도 96차례 확인됐고, 금액은 약 2억 8천만 원에 달했다.
보조금으로 지급한 체육행사 유치금을 체육단체가 별도의 증빙이나 정산 없이 마음대로 사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ㅁ기초지방정부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개최하기 위해 ㅂ협회에 3억 원을 지급하는 등 3년 동안 모두 8억 6천만 원의 보조금을 유치금 명목으로 집행했지만, ㅂ협회가 유치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세부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ㅅ기초지방정부는 체육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ㅇ연맹에 대회 타이틀 협찬 비용으로 매년 8천만 원씩 3년 동안 모두 2억 4천만 원을 집행했으나, 사후 정산 자료는 없었다.
ㅈ체육회는 교부받은 보조금을 대회 주관 중앙협회와 연맹에 유치금 명목으로 14건에 걸쳐 모두 약 6억 2천만 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유치금의 세부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하는 등 유치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조금이 체육회와 종목단체 협회 임원 등에게 선심성 수당으로 지급된 정황도 확인됐다.
ㅊ체육회는 법령에 근거가 없어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는데도 약 3400만 원을 체육회 회장 등에게 수당 명목으로 부당하게 지급했다.
ㅋ체육회는 종목단체 운영 지원을 명목으로 53개 단체 사무국장에게 매월 16만 5천 원씩, 매년 약 1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법령이나 조례상 근거가 없는 수당으로 부당하게 지급했다.
이 밖에도 계약 쪼개기, 식사비를 허위·과다하게 청구하는 수법 등도 확인됐다. 또 지방정부의 승인 없이 보조금을 불법으로 재교부하거나 의무사항인 감사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보고하지 않는 등 지방보조금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례도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해당 기초지방정부에 통보해 환수 등 시정조치를 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일부 횡령과 배임 등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항은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또 보조사업 수익금 관리 등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해 현장에서 혼란과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도록 관계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다.
정일연 권익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지역 체육의 저변 확대와 진흥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지방체육 보조사업의 수익금 규모를 투명하게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적정한 규모의 보조금을 교부하고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권익위는 앞으로도 공공재정이 투입되어 진행되는 사업의 각종 보조금이 올바른 곳에 쓰이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