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 대구 장거리 교통, 버스 줄고 철도 늘고…철도 승객 2년 새 약 20%↑ ② 50년 된 대구 버스터미널…노후화·승객 감소에 버스업계 시름 (계속) |
대구 버스터미널 시설 노후화와 승객 감소로 버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찾은 대구 북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녹이 슬어 헤진 간판과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3층 높이의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건물 내부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벽지가 뜯기거나 벽에 금이 간 곳이 눈에 띄었고 2층에는 의자와 냉장고 등 사용하지 않는 가구와 장비가 방치돼 있었다. 3층은 청소를 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편의점과 커피숍이 있는 1층은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었지만 커피숍은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편의점 점주는 "커피숍이 영업을 중단한 지 15년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등 불편을 호소했다.
60대 남성 조원진 씨는 "시설이 열악한 건 사실"이라며 "거쳐 가는 정류장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지만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식당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박민형 씨도 "아무래도 동대구터미널보다는 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문을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할 때는 실내를 못 쓰는 불편함이 있다"고 거들었다.
1976년 준공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건물은 중앙고속, 한진, 동양고속, 코리아와이드터미널 등 버스 회사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명칭은 고속버스터미널이지만 실제로는 동대구터미널에서 오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으로 운영 중이다.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 이용자 수(승차 기준)는 코로나 영향이 컸던 지난 2021년 14만 8320명에서 2023년 16만 6731명으로 회복하는 듯했지만 2025년 14만 4900명으로 다시 줄었다.
이용객이 줄면서 시설 개선과 편의시설에 투자할 여력도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이용 승객이 많지 않고 노선도 별로 없어서 재원 마련이 힘들다. 업체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1971년 지어진 서부정류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편의점과 카페, 식당 등은 여전히 영업 중이었지만 건물 바닥과 외벽에 있는 균열 등 노후화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부정류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여성 A씨는 "코로나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3년 전보다 손님과 매출이 절반 정도 줄어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구미로 가는 노선도 많았는데 대경선이 생긴 이후 지금은 아침에 한 대, 오후에 한 대밖에 없다. 3시간~4시간 간격으로 차가 있는데 그래도 사람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정류장의 승객 수(승차 기준)는 지난 2023년 100만 8265명에서 2025년 88만 5350명으로 감소했다. 서부정류장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승객이 하루 6천 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2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준공된 지 50년이 된 터미널 건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외부 안전점검전문기관에서 수행하는 정기안전점검이나 정밀안전점검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서부정류장 말고도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또한 1976년 준공돼 50년이 넘었다. 군위버스터미널은 1977년 군위읍 서부리에서 영업을 시작해 2001년 군위읍 동부리로 이전했다.
시설물안전법상 준공 후 15년이 지난 연면적 1천 ㎡ 이상 5천 ㎡ 미만에 해당하는 운수시설은 3종 시설물 지정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지정되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다만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바로 지정이 되는 건 아니다. 지자체에서 실태조사를 거친 후 결과에 따라 지정을 검토하게 된다.
현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서부정류장, 북부시외버스터미널, 군위버스터미널은 모두 3종 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이 가운데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북부시외버스터미널, 군위버스터미널은 3종 시설물 지정 검토를 위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부정류장의 경우 2019년 실태조사를 한 결과 '양호-주의 관찰-지정 검토' 중 두 번째 단계인 '주의 관찰'이 나왔다. 주의 관찰은 지침상 2년에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도록 돼 있지만 2019년 이후 6년 넘게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민간시설물 같은 경우에는 관리주체 동의가 없으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데 매년 조사동의서에 동의를 하지 않아 조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업주의 동의가 없어도 지자체의 장이 재난예방을 위해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종 시설물로 지정할 수 있지만 노후화된 터미널들은 별도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와 구군은 명절마다 관내 버스터미널에 대해 시설물 안전관리와 정비상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는 육안 점검을 넘어 실태조사를 통해 시설물의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용구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의 사고 위험 사전 예방 차원에서 제도권 안에서 시설물 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업체에서도 시설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