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듀오'를 새롭게 내놓으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제품은 지난 7년간 폴더블 기술을 진화시켜온 삼성전자의 신제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맞붙게 된다.
휴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넓은 화면으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동력 삼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애플의 참전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첫 진출…'아이폰 듀오' 공개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애플파크에서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관련기사: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공개…터너스 CEO "획기적 변화")이 제품은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유지돼왔던 바형(평면형) 디자인을 처음 탈피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다. 아이폰 듀오는 접었을 때 여권과 비슷한 크기로, 삼성전자가 1달여 전 먼저 출시한 갤럭시 Z 폴드8(폴드8)과 크기와 형태가 비슷하다. 모서리 디자인이 둥글고, 접힌 상태에서 가로가 폴드8 대비 2.2mm 넓고, 세로는 6.1mm 짧다는 게 미세한 차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 듀오는 최초의 아이폰 이후 가장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제품"이라고 밝혔다. 커버 화면은 5.4인치로, 이날 함께 공개된 바형 스마트폰 '아이폰 18 프로' 화면 면적의 90%를 담아낸다. 접은 상태에서도 기존 바형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폴드 8 대비로는 0.1인치 작다.
펼쳤을 때 내부 화면은 7.6인치로 폴드 8과 같다. 이 스마트폰 역시 폴더블 특유의 멀티태스킹 기능을 갖췄다. 펼친 화면을 2분할 해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나란히 실행시킬 수 있다. 예컨대 왼쪽 화면에서 콘텐츠를 보면서 오른쪽 화면에서는 '시리(Siri) AI'와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시리 AI는 애플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한 온디바이스 기반 지능형 비서다. 구글 제미나이 기반의 시리 AI는 사용자와의 대화 맥락을 이해해 메시지와 이메일, 사진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도록 도와주고, 대부분의 주제에 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게 애플 설명이다.
삼성 갤럭시 폴드8, '가격·두께·무게' 경쟁 우위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이 접히는 만큼, 얼마나 얇고 가벼운지가 핵심 경쟁 포인트로 꼽히는데, 일단 이 지점에서는 삼성전자의 폴드8이 우위를 점했다. 접었을 때 두께 기준 폴드8은 아이폰 듀오보다 1.6mm 얇다. 무게도 폴드8이 201g으로 53g 더 가볍다. 폴더블 시장 진입이 처음인 애플로서는 품질 확보 문제로 초기 생산량이 저조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도 일각에 있다.
폴더블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AI 기능도 관전 포인트다. 애플은 시리 AI를 '베타 버전'으로 우선 적용하는데, AI폰을 지향하며 관련 기능 최적화에 집중해 온 폴드8의 사용자 편의성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7년 앞선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뒤 폼팩터 혁신에 집중해왔다.
가격을 따져보면 폴드8이 국내 시장에서는 100만 원 넘게 저렴하다. 아이폰 듀오의 가격은 256GB(기가바이트) 모델 기준 329만 원이다. 같은 용량 모델 기준 폴드8은 101만 1900원 더 저렴한 227만 8100원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아이폰 듀오가 1999달러, 폴드8이 1899달러로 가격차가 100달러(약 13만 원)로 좁혀진다. 삼성전자는 국내 출고가를 해외 시장 대비 낮게 책정한 반면, 애플은 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빅테크인 애플의 참전으로 폴더블 시장의 확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누적 출하량이 1억 대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24% 증가하고, 내년에는 그보다 37%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업체는 "폴더블폰은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2%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크다"며 "삼성은 폴더블 혁신을 계속 주도하고 있고, 중국의 화웨이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중국 시장을 이끌고 있다. 애플도 신제품으로 프리미엄 사용자층을 새롭게 끌어들일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전통적 강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도 삼성전자가 제품 완성도와 탄탄한 유통망, 사용자 경험 축적 등을 고려할 때 1위를 지키고, 새로 진입한 애플은 화웨이를 밀어내며 2위 추격자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한편 이날 처음 애플의 연례 신제품 행사를 주재한 존 터너스 CEO는 무대에서 타 제조사들의 폴더블폰을 거론하며 "단순히 두 대의 스마트폰을 어색하게 붙여놓은 것 같다"며 후발주자로서 견제구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듀오 공개에 앞서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에 '웰컴 투 폴더블' 광고를 게시하며 제품 경쟁력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