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 평화: 바티칸에서 발견한 충남 종교문화자원의 의미 ② 전환: 독일 바스프 사에서 내다본 석유화학의 미래 ③ 혁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AI) 기본사회의 조건 ④ 연대: 사람을 향하는 경제…미래 경제 생태계를 묻다 (끝) |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주(주도 볼로냐)는 유명 자동차 브랜드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의 본고장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힘'은 거대 자본이나 소수의 대기업에서 오지 않는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40%를 협동조합이 창출하고, 노동자 3명 중 1명이 조합원인 곳.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협동조합들은 영세한 규모와 '착한 소비'에 머물 것이라는 편견을 깬다. 그 첫 번째 무기는 '규모화'다. 각개전투를 벌이는 대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규모 사업을 수주한다. 한발 더 나아가 협동조합이 상장 주식회사를 자회사로 둔 사례도 있다.
창출된 이익의 상당 부분은 '분할 불가능한 법정 적립금' 형태로 비축된다. 조합이 해산하더라도 조합원 개인이 나눠 가질 수 없고 지역연대기금으로 귀속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지역사회에 자본이 두텁게 축적되는 구조다.
지역사회의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탈리아는 1991년 제정된 법률을 통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A형과 B형으로 나눴다.
'A형 조합'은 방문 간호, 식사 배달, 노인 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며 공공에서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운다. 서비스를 받는 노인과 제공자인 돌봄 노동자가 모두 '조합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단순한 시혜적 복지를 넘어 노년기 고독감과 사회적 단절을 막는 정서적 지지망으로서도 기능한다.
'B형 조합'은 취약계층의 노동과 자립에 방점을 찍는다. 법적으로 직원의 30% 이상을 장애인, 장기 실업자, 약물 중독자 등 노동 소외계층으로 고용하도록 돼있다. 이들에게 정당한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다. B형 조합이 생산한 유기농 식자재를 A형 조합이 복지시설 급식으로 소비하는 등의 선순환이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이탈리아를 찾은 충청남도 대표단이 에밀리아로마냐주를 방문한 배경에도 이 거대한 '사회연대경제'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최근 에밀리아로마냐주청사에서 미켈레 데 파스칼레 주지사를 만나 사회연대경제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추진해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충청남도는 민선 9기 첫 조직개편에서 '사회연대경제국'을 신설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담당하며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박수현 지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왔지만, 앞으로의 발전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그런 점에서 충남도가 대한민국의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회연대경제의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가치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는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철학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충남도의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볼로냐의 협동조합 간 정책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미켈레 데 파스칼레 주지사는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오랜 역사와 매우 많은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며,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서로의 우수 사례를 교환하며,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동시에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공동체 자산 축적을 지향하는 두 지방정부의 만남은, 미래 경제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