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 치면 털 시점"…제넨셀 로비 관계자들, 임상승인 직전 대규모 거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2021년 10월 20일(수), 브로커 양모씨-지인 A씨 통화 녹취록 中>
-양씨: 제넨셀 지금 식약처에서 이번 주 금요일날(22일) 통보가 나와. 그러면 토요일(23일)이나 다음 주 월요일날(25일) 기사 띄워.

-A씨: 응.

-양씨: 근데 이게 비밀리야. 몰라, 사람들은. 근데 이게 '3상 됐다', '식약처 허가 떨어졌다'라고 하면 바로 날거든, 한국파마하고 세종은. 원래 19일 날 발표가 났었어야 했는데, 식약처에서 뭔가 또 서류 보완해 달라 그래서 발표가 안 나고 금요일로 밀린 거야. 그래서 (김)승원 오빠가 식약처장한테도 얘기해 주고 그랬거든. 그거 기사 나면 주식 방어가 좀 잘 되지. 그리고 세종이 보니까 3만 원대였더라고. 어, 그래서 아무튼 교수님이 담으라고.

-A씨: 그러니까 내일 나 담아도 돼?

-양씨: 어, 담아도 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코로나19 치료제(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브로커 양모씨와 주변인들이 관련 업체인 제넨셀의 최대 주주였던 세종메디칼 주식을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직전 대거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세종메디칼이 113억원을 들여 제넨셀을 인수한 뒤 신약 임상 승인이 나기까지 1주일간 세종메디칼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
 
김 후보자를 통해 식약처의 '신속 결재'를 촉구한 양씨는 "상(上) 치면 터는 시점을 말해주겠다"며 가까운 이들의 대규모 거래를 부추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주당 2천원대였던 세종메디칼 주가는 임상 승인 발표 직후 8천원대 후반까지 15% 이상 급등했지만 이틀 만에 하한가를 치면서 11월 초 3천원대로 폭락했다. 이후 2024년 3월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김 후보자 측은 임상 승인 전 양씨의 민원을 한 차례 식약처에 전한 것 외엔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2022년 본격화된 세종메디칼 주가조작 및 상장폐지는 후보자와 별개의 이슈란 취지에서다. 하지만, 강세찬 교수(제넨셀 창립자)와 촘촘히 얽힌 양씨의 통화 내역을 살펴보면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을 '푸시'한 김 후보자의 연락이 주가 부양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상 승인 직전 "곧 상(上) 친다"…'엑시트' 시점·방식 논의도

CBS노컷뉴스가 2021년 10월 26일 식약처의 제넨셀 임상시험 계획 승인 전후 양씨의 통화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양씨는 자신에게 승인 청탁을 한 강 교수의 정보를 근거로, 주변에 세종메디칼 주식 매입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임상 승인 발표 당일, 지인 B씨와의 통화에서 세종메디컬 주가 하락세를 언급하며 "훅 빠졌지?"라고 물었다. 강 교수와도 아는 사이인 B씨는 양씨에게 "아까 세찬이 형이 전화 와서 샀냐고 (했다), 세종메디칼"이라며, "'오늘 (임상 승인) 발표야'(라고 해서) 어제 샀다"고 운을 뗐다.
 
B씨는 또 "아까 조용히 있다가 지금 나랑 우리 가족이 3명만 샀다"며 해당 정보를 가족들에게 공유했다고 알렸고, 양씨도 "주변에 내 친한 사람들(은 이 내용을) 안다"고 했다. 임상 승인 관련 미공개 정보를 흘려, '단타' 거래를 유도한 것이다.
 
제넨셀 홈페이지 캡처

이는 이 시기 양씨가 평소 막역한 A씨와 나눈 통화에서도 확인된다. 양씨는 식약처 발표를 엿새 앞둔 2021년 10월 20일, 김 후보자가 당시 김 처장에게 직접 민원을 넣은 점을 전달했다. 임상 승인이 발표되는 즉시 제넨셀에 투자한 세종메디칼과 한국파마의 주식이 상종가를 칠 거라고 호언한 것. 이에 A씨는 5천만원을 붓겠다고 호응하더니, "세종메디칼을 내일 아침에 바로 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닷새 후인 10월 25일, 양씨는 다시 A씨에게 "강 교수랑 얘기했는데, 내일 모레(27일) 상 갈 것"이라면서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털면 되는데 시기점은 얘기해 주겠대"라고 전했다. 또 강 교수의 전언이라며 '오빠(A씨) 지분 30% 중 10%는 주가가치를 올려줄 테니 홀드하고, 나머지 20%를 2억에 정리하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임상 승인 후 주가 부양 시나리오를 토대로 엑시트(투자 회수) 시점과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상의한 셈이다.
 
이는 2024년 서울서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강 교수의 1심 판결문에 담긴 내용과도 일부 상통한다. 재판부는 "피고인(강 교수)은 미공개 중요정보에 관한 모호하고 추상적 암시만 한 것이 아니라, 제넨셀의 사업현황 등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던 양씨에게 '마지막 정보'인 외부 투자자(세종메디칼)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특정했다"며 "양씨가 그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거품 빠지자 "한강 가고 싶다"…피해자 주주연대, 오늘 회견

 다만, 세종메디칼의 주가 그래프는 양씨의 예상보다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식약처 발표 이튿날인 2021년 10월 27일 양씨는 A씨와 통화하며 "이거 상(上) 안 갈 것 같다. 87(8700원)이나 85(8500원)에 던지고, 한파(한국파마)만 그냥 더 가져가면 될 것 같은데?"라고 했다. 임상시험 발표 직전부터 사흘 내내 매도가 몰리면서 주가가 오전에 급등했다가, 오후면 확 빠지는 추세를 지적한 것. A씨도 "초단타하는 애들이 꼈다. 하루 만에 시세차익을 막 20% 내는 쓰레기들"이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다음날인 10월 28일엔 양씨가 전화로 B씨에게 "그분(강 교수)이 당한 거다. 어느 정도 먹었을 때 털고 나왔어야 되는데", "진짜 한강 가고 싶다. 내 거래처들한테 얘기를 해놔 가지고" 등의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자, B씨는 "나도 지금 X 됐다"라고 토로했다. 양씨의 또다른 지인 C씨는 세종메디칼 주가가 3천원 대로 떨어진 11월 1일 양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볼 땐 강 교수가 작전세력이랑 짰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C씨는, "이분은 엑싯을 했다"는 양씨의 반박에 "자기 계좌로는 안 했을 거고, 이거 금감원이나 검찰 수사 들어가면 금방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임상 승인 발표를 기점으로 '주포'(주식 투자세력) 등이 몰린 배경엔 양씨가 김 후보자를 거친 청탁 영향도 일정 부분 있었을 거라는 게 소액주주들의 판단이다. 세종메디칼 주주연대의 백광재 대표와 제넨셀 피해주주들은 강 교수와 양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엄벌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백 대표 등은 탄원서에서 "상장회사와 시장에 공개되는 정보를 믿었고 치료제와 임상에 대한 기대, 세종메디칼이라는 기업을 믿었다"며 "양씨가 정치권 인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김 의원 측의 연락이 식약처 인·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격이었는지 등은 명확히 확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 당시 제넨셀의 최대 주주였던 세종메디칼의 소액주주는 3만여 명으로 전체 주주의 99%에 해당한다. 추산되는 피해액은 최소 수십억 원이다. 백 대표 등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넨셀도 피해자'라는 강 교수측 입장을 직접 반박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최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등을 두고 "짜깁기"라며 김 후보자와는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