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류수정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처음 솔로 데뷔한 후, 앨범을 다양한 장르로 꾸렸다. 그러면서도 '힙합'을 주된 장르로 한 앨범은 지금까지 없었다. 매년 꾸준히 싱글과 미니앨범을 내서, 이번이 가장 긴 공백기였다고 밝힌 류수정은 "평소에 즐겨듣고 좋아하는" 힙합으로 컴백했다.
앨범명은 '올 더 컬러스 아이 엠'(ALL THE COLORS I AM)이다. 딱 한 가지 색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류수정의 '다채로움'을 담은 제목이다. 이번 앨범으로는 얼터너티브 힙합을 중심으로 한 팝 멜로디와 사이키델릭한 감각을 자연스레 녹인 사운드를 준비했다.
류수정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미니 4집 '올 더 컬러스 아이 엠'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로 취재진을 만났다. 이 앨범을 듣게 될 이들이 '어떻게 들었으면 좋은지' 질문이 나오자 류수정은 "'오? 짱 멋있는데? 오, 멋있당?' (하면서) 본인도 좀 (음악에)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이런 음악 들어' '멋있어!' 이런 것들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옛날부터 방을 꾸밀 때도 골랐던 색이고, 지난해 처음 독립 레이블을 출범했을 때도 선택한 '아이스블루'가 본인을 대표해 온 색이었다면 새 앨범을 통해 새롭게 찾은 색은 무엇일까. "새로운 느낌의 힙합 장르가 된 것 같아서" 고른 색은 바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라색'이다.
'레드레드'(REDRED) '고!'(GO!) 등 코르티스(CORTIS) 곡을 다수 작업했고,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마이 유'(My You)와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의 '이글루'(Igloo) 작곡진으로도 이름을 올린 히스노이스(Hiss noise)와 손을 잡았다.
"요즘 제일 유명한 노래로는 코르티스 앨범 작업을 하신 분"이자 "힙합 트랙을 잘 쓰시는 작가님"으로 히스노이스를 소개한 류수정은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하게 됐다!"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은 이미 내면에 있었다는 내용의 얼터너티브 힙합 장르 타이틀곡 '다이아몬드'(Diamonds)는 물론, '크라잉 인투'(Crying into) '럭키 참스'(Lucky Charms) '슈다 우다 쿠다'(shoulda woulda coulda) '버스데이 케이크'(Birthday Cake)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까지 히스노이스는 수록곡 6곡 전 곡 작곡을 맡았다.
아티스트 간의 협업이 매우 활발한 장르가 힙합인 만큼,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음악가는 없었는지 질문했다. 류수정은 "'다이아몬드' 작업하면서 앞부분에 랩이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과감하게 피처링을 포기하고 앨범에 '진짜 나'를 담자, 그래서 듣는 분들도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게끔 피처링을 뺐다"라고 말했다.
'올 더 컬러스 아이 엠'은 "그냥 한 가지로 밀어붙이는" 앨범이어서 류수정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첫 번째 솔로 앨범 '타이거 아이즈'(Tiger Eyes)는 "정말 다양한 장르"를 한 장에 넣었던 결과물이다. 그때만 해도 "제가 막 의견을 내고 이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짜 디렉터를 믿고 갔던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반면 이번 앨범은 "각 곡 느낌은 다르지만 장르적으로 묶여있는 앨범"이다. 유기성을 살리는 데 조금 더 공들인 앨범을 작업해 보니까 어땠을까. 류수정은 "그냥 음악으로, 명확하게 전달될 거 같아서 그 점이 너무 좋다. 그전에는 다양한 걸 보여주는 대신 진짜 제 팬이 아니고서는 뭔가 (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했는데, 이번 앨범은 음악만 듣고도 (제 의도를) 한 번에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독립 레이블을 세웠을 만큼 '주도권'을 잡아 음악을 만들고 들려줬던 류수정은 최근 올마이애닉도츠 소속이 됐다. 워너뮤직코리아 이사 출신인 김제이 CEO와 키스오브라이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존재감을 널리 알린 이해인 CCO가 공동 설립한 신생 연예 기획사다.
올마이애닉도츠와 손잡은 이유로 류수정은 "혼자 레이블을 하면서 당연히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앨범도 혼자서 해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회사에서 그런 모습을 리스펙(존중)하면서 '우리랑도 이런 거 해 보면 어때?' 하고 제안 주셨던 게 너무 좋았다. 제가 혼자 일궈냈던 것을 되게 멋있게 봐줘서 흔들렸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해인이) '나는 네가 큰 무대에 있는 걸 상상하고 꿈꾸고 있어. 너도 계속 그래 줬으면 좋겠어'라고 했어요. 그게 저한테 인상 깊었던 이유는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지만 진짜로 목표가 바뀔 때도 있었고 합리화를 할 때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꿈을 줄여나가는 것도 있었던 거 같아요. 길게 달리려면 목표를 작게 해야 했어요. 그런데 언니는 옛날에 꿈꿨던 큰 목표를 같이 꿈꾸면서 (제게) 용기를 줬어요. '그래, 큰 꿈을 꾸자!' 했던 대화라서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저도 음악이나 앨범에 대해서 열정을 쏟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언니를 만나보니까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회사로 들어와 '소속 아티스트'가 되기로 한 것은, 회사와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앨범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비중을 '퍼센티지'(%)로 따지면 어느 정도 되는지 묻자, 류수정은 "(회사가) 한 90? 80? 70! 어쨌든 좀 많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이 나오자, 류수정은 "원래는 데모(임시 녹음곡)가 다섯 공이 있다. 그중에서 네 곡을 드롭(탈락)시켜서 지금 앨범의 여섯 곡이 된 것 같다. '한번 새로 써 보자. 진짜 더 좋은 거 나올 거 같다'라고 과감하게 했다"라고 답했다.
솔로 가수로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은 현재 류수정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만약 데뷔 때부터 계속해서 비슷한 음악을 했으면 느끼지 못했을, 좌절감과 성취감 이런 것들이 계속 생기니까 그게 저를 제일 발전시킨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머리 싸매고 연구를 많이" 한 부분은 '보컬'이다. 예전에는 "열심히 연습해서 열심히 녹음하면 잘 나오는 게 녹음"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류수정은 "노래를 열심히 하면 안 되는데 잘해야 하고, 힘 빼고 러프한 목소리를 내려다 보니까 이제껏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노력을 해야 했다"라며 "여러 가지 도전을 하며 진짜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만족도는 어떨까. 류수정은 "힘들었던 만큼 만족하는 거 같다"라면서도 "정말 힘들었다. 신인이 된 마음으로!"라고 답했다.
러블리즈(LOVELYZ) 멤버들 반응을 물으니, 얼굴에 함박웃음이 폈다. "되게 좋았던 게"라고 운을 뗀 그는 "'이 노래가 부럽다'라는 반응만큼 좋은 반응이 없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은) 늘 항상 부러워해줬지만 특히나 (이번에) 더 그랬던 것 같아서 되게 뿌듯했다"라고 돌아봤다.
멤버들의 반응을 정리하면 '뭔가 이전의 너 같으면서도 안 같아'라는 것이었다. 류수정은 "'완전 너 같아'도 아니고 '이전이랑 똑같네'도 아니고, (제가) 담겨 있으면서도 진짜 새로운 느낌이라는 반응이었는데 그게 딱 앨범이 줬으면 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에"라고 부연했다.
힙합 다음으로 하고 싶은 음악색에 관해, "힘 뺀 이지 리스닝(듣기 편한) 곡을 해 보고 싶긴 하다. 얼터너티브, 슈게이징 이런 것도 해 보고 싶고. 나중에는 재즈, 보사노바 스타일, 진짜 편안하게 듣기 좋은 음악도 하고 싶다"라고 한 류수정. "항상 '느좋'(느낌 좋은) 느낌을 내고 싶을 때 트는(재생하는), 하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되는 앨범을 내 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표한 솔로곡 중 제일 '느좋'인 곡은 뭘까. 류수정은 "작년에 독립 레이블에서 냈던 '비바람'이라는 노래다. 약간의 재즈틱함이 섞여서 되게 좋았다. 진짜 '느좋'이니까 한번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 곡은 이번 앨범 수록곡으로 골랐다. 마지막 트랙인 '프렌들리 파이어'다. 류수정은 "이전 앨범에 (실린) 약간 어쿠스틱한 노래랑 비슷한가 싶지만, 후렴 부분 멜로디가 굉장히 강렬하고 '느좋'이다. 이 노래 들을 때 '완전 느좋!' 하면서 모니터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팬들에게 '수정이는 언제 앨범을 내지? 언제 좋은 노래를 들려주지?' 하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계속 좋은 앨범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류수정은 강조했다. "늘 발전하고 연구"해서 "신뢰감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이번이 사실 팬분들에게는 최대 공백기였을 텐데… 제가 솔로하고 나서 앨범을 자주 내서 이번에 기다리면서 제일 힘들었을 거 같아요. 저도 항상 소통하면서 미안했는데 그래도 좋은 앨범 들고 온 만큼 충분히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덕에 제가 음악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