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5천달러 배당금' 공약을 내건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한 '매표 행위'라 규정했고, 대다수 언론도 연방법 위반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악화를 촉발할 수 있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라거나, 단순한 복지 공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미 40조 달러(약 5경 3864조원) 국가 부채, 감당 안 돼"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기조연설 도중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이긴다면,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천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미국 성인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돈은 한화로 약 670만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이를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부르면서 "성공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방식이다. 공화당이 이기면 여러분도 함께 이기는 것이고 여러분은 5천달러를 받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10일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공약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며, 연방법 위반 가능성까지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분배된 금액을 훨씬 능가한다. 재정 적자를 급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성인은 약 2억4천만명인데, 5천달러씩 지급하면 총액은 1조2천억 달러(한화 약 1616조원)에 달한다.
경제전문채널 CNBC 방송은 "이는 미국 정부가 이번 회계연도에 현재까지 지급한 국가 부채 이자 1조 2700억달러와 2026년 책정된 국방비 1조 3600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배당금이 지급되면 이란 전쟁으로 이미 치솟은 물가를 더욱 부추기고, 소비자 지출을 촉진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배당금이 세수 증대와 연계되지 않으면 연방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우려 탓에 부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미 정부의 장기 차입 비용 상승을 더욱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미 40조 달러(약 5경 3864조원)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는 나라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 마야 맥기니스 대표는 "차입을 늘리고, 금리를 끌어올리며, 장기적으로 경제를 약화시키고, 부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자녀들에게 더 큰 빚을 떠넘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방안은 그것을 달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납세자 피 묻은 돈으로 표를 사길 원해" 맹폭
국가 재정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떠나 연방법 위반 등의 논란도 이어졌다.CNBC는 "특정 후보에게 찬성 또는 반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금전을 제공하거나 지급하는 행위는 연방 법률로 금지돼 있다"며 "이를 고의로 위반하면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 2024년 대선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슈퍼팩 '아메리카PAC'이 7개 경합주 유권자에게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할 경우 1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여전히 법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슷한 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당금 제안이 선거 이후 이행되는 약속으로 포장됐다는 점에서 위법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제시카 레빈슨 교수는 NYT에 해당 발언이 세금 감면 약속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의 선거법 전문가 리처드 하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수정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 노동자들을 위한 배당금"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한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엄청난 수익을 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뿐 아니라 내가 살아오는 내내 미국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외국 정부들에게도 실제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능했던 과거 민주당 정권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면서 막대한 관세 수익을 얻었고, 이를 토대로 배당금 지급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배당금 발언은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유력 대권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는 이제 납세자 세금으로 마련된 피묻은 돈으로 자신의 표를 사길 원한다"며 "백악관 오벌오피스를 차지한 이들 가운데 가장 부패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댄 골드먼(민주·뉴욕) 하원의원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부패하고 노골적으로 불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