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농지 덮친 '불법 성토'…"좋은 흙 무상 제공? 100% 속임수"[영상]

울산 두서면 내와리 등에 4만 6천 톤 달하는 불법 폐기물 매립
침출수 및 지하수에서 비소·페놀 검출…주민 300여 명 식수난
어쩌다 기소돼도 '솜방망이 처벌'…원청에 연대 책임 묻는 법 개정 시급
"지력 높여주겠다"며 접근하는 무상 성토 제안은 브로커 속임수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이상록 기자

◇ 국재일>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서 시작된 불법 성토와 폐기물 매립 문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매립지 침출수와 주변 지하수에서는 비소와 페놀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됐고, 울산 곳곳에서도 비슷한 불법 성토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데요.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는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정책국장 연결돼 있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 이상범> 네 반갑습니다.
 
◇ 국재일> 먼저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의 불법 성토 문제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오염 실태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됩니까?
 
◆ 이상범> 굉장히 심각합니다. 불법 매립이 확인된 곳이 두서면 내와리 외와마을 두 곳과 보은 한 곳 등 총 세 군데입니다. 연면적을 계산해 보면 1만 7천㎡로 축구장 두 개 반 면적입니다. 여기에 반입된 토사량이 약 4만 6천톤인데, 25톤 덤프트럭 1800대 이상의 분량입니다. 지정 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고농도 오염 폐기물들을 농지에 마구잡이로 매립한 겁니다. 제가 6년 이상 현장을 다녀봤지만, 규모나 중금속 오염 물질의 정도에 있어서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심각한 총체적 오염입니다.
 
◇ 국재일> 침출수와 주변 지하수에서 비소와 페놀 등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들었습니다. 주민들의 실생활과 건강에도 직격탄일 것 같은데요?
 
◆ 이상범> 가장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내와리 일대는 오지라 상수도 인입이 안 돼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수가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당장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특히 이 마을에는 중증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복지 시설이 있어 주민까지 합치면 300여 분이 거주하십니다. 이분들의 식수 공급을 위해 지금 울주군이 임시로 2리터 생수를 하루 두 병씩 배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생활 용수나 농사를 짓는 농업 용수의 안전성 역시 전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국재일> 문제는 내와리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불법 성토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50cm 미만의 성토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불법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 이상범> 제 경험을 토대로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법과 제도의 맹점입니다. 매립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르고,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할 때 폐기물 기준과 토양오염 기준의 결과값이 아주 다르게 나옵니다.
둘째,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소극 행정입니다. 농지, 산림, 환경 부서 등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 심해 서로 정보 공유가 안 됩니다. 게다가 이번 내와리 사태처럼 이렇게 오랜 기간 막대한 양이 매립되는 동안 공무원들의 현장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주민 제보가 있고 나서야 움직인 거죠.
 
◇ 국재일> 현장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네요. 나머지 두 가지 이유는 뭡니까?
 
◆ 이상범> 셋째는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적발해서 고발을 하더라도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거나, 기소가 되더라도 약식 기소로 벌금 100만 원 선에 그칩니다. 행정과 사법 체계가 사실상 불법 매립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 넷째는 토지 소유주들의 무지입니다. 브로커들이 농한기에 땅을 빌려주면 무상으로 좋은 흙을 덮어주겠다고 유혹하는데, 지주들이 심각성을 모르고 덜컥 땅을 내어주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고 있습니다.
 
◇ 국재일> 오염된 흙에 정상적인 흙을 섞어 검사를 피하는 이른바 '희석 꼼수'도 확인됐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막고 대응할 촘촘한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 이상범>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만 펼쳐도 대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우선,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 대기업에 책임을 묻듯이 불법 매립 시에도 오염된 토사를 반출한 원청 회사에게 사법적 연대 책임과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당장 단속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는 마을 통장 등을 중심으로 한 '마을 단위 감시단'을 운영해 의심 차량을 즉시 신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흙이 어디서 왔는지 명확히 하는 '반출지 제출 실명제'를 의무화하고, 현장에 CCTV를 설치해 신고한 양과 성분대로 흙이 들어오는지 제때 체크만 해도 불법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 국재일> 현재 울산시와 울주군이 행정대집행에 나서기로 했는데, 복구 비용을 두고 약간의 이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이상범> 울산시는 반입된 폐기물을 반출하는 비용만 반반씩 부담하자는 입장이고, 울주군은 원토양까지 오염됐으니 토양 복구 비용도 같이 분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저는 두 기관이 다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폐기물을 덜어내고 나면 오염된 토양을 어느 정도 복구해야 할지 명확한 산출 금액이 나올 것이고, 그에 따라 재협의를 진행하면 됩니다.
 
◇ 국재일> 끝으로 자신도 모르게 불법 성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민들과 토지 소유주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상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 땅의 지력을 증진하기 위해 새 흙을 덮으려면 정당하게 흙을 사고 운반비와 작업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찾아와 무상으로 땅을 좋게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100% 본인들의 이익(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을 위해 접근한 겁니다. 절대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내 땅에 흙을 붓는 것에 구두로라도 동의했다면, 일차적인 원상복구 명령과 법적 책임은 토지 소유주 본인이 지게 됩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국재일>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가 하루빨리 복구되고 불법 성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정책국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상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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