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국립의과대학 후보대학 선정을 둘러싸고 동·서부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순천에서는 정치인 없이 시민들이 직접 나서 국립의대 논의를 주민 생명권의 문제로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전남광주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에 국립의대 최종 심사를 중단 없이 진행하고 심사 완료 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목포대의 소송 제기에 이어 서부권 정치인들이 순천대의 부지 확보와 대학병원 건립계획 등을 잇따라 문제 삼으며 재검증과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 공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기자회견은 정치인을 전면에 세우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나서, 국립의대 문제를 지역 간 승패가 아닌 주민 생명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추진위는 "멈춰야 할 것은 국가의 심사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권을 외면하는 정치적 지연"이라며 "제기된 쟁점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검증하되 이를 이유로 정부 심사를 기약 없이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다툼은 당사자의 권리이지만 소송 제기 자체가 국가의 행정 심사를 멈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확인할 쟁점이 있다면 기한을 정해 공개 검증하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수행할 수 있는 심사는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추진위는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이 처음 건의된 1990년 이후 36년간 지역 주민들이 의료공백을 감내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환자는 도로 위에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산모는 원정 출산을 떠나야 했으며 중증환자는 광주와 서울로 실려 갔다"며 "36년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전남권역 주민들의 생존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의과대학 설립과 대학병원 건립, 전문의 수련을 하나의 체계로 설계하고 학생 정원과 개교 일정, 재정 투입 계획을 조속히 확정할 것도 요구했다.
특히 추진위는 "주민이 바라는 것은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이라며 "서부권의 응급의료 공백이나 동부권의 원정 출산 모두 본질은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의과대학은 특정 지역이 독점하는 상패가 아니라 전남 전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생명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누가 이겼는가'를 다투는 소모적 갈등을 끝내고 전남 전체를 위해 '어떤 의과대학과 병원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함께 요구하자"며 "동부권의 산업·중증응급의료와 서부권의 도서·농어촌 의료공백을 함께 해소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목포대와 서부권 정치권은 순천대가 제시한 의대 예정부지가 대학 소유가 아닌 시유지라는 점과 대학병원 건립 일정 등을 문제 삼으며 후보대학 선정 과정의 재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순천대 측은 특별시가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를 받았으며, 부지 문제 역시 심사 과정에서 이미 제기돼 심사위원들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평가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목포대가 제출한 의대 예정부지 일부도 공적자료상 목포시 소유로 확인된 만큼, 향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대학의 부지 확보 계획과 평가 기준이 같은 잣대로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