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콘텐츠 해외 보상금 나오는데…재주만 부린 창작자들?

[해외에 K-콘텐츠 저작권료 나온다①]
유통 편하게 만들어 놓은 관행…"정해놓은 계약 구조에서 선택"
제작사 망했는데…플라스틱 제조 회사가 저작권 주인?
"저작권법 개정논의, 창작자 생태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창작자연대는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PD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로 구성됐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2'. 넷플릭스·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단독]韓콘텐츠 해외 보상금 나오는데…재주만 부린 창작자들?
(계속)

'참교육' '들쥐'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꾸준히 순위권에 오르며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역대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순위에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2·3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3월 제98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한국 영화 창작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큰 영역"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독·작가·배우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창작자연대는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도 창작자들이 수익에서 배제되는 산업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해외에서 국내 창작자들의 영상저작물이 이용되면서 보상금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지급받는 창작자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도 2024년부터 스페인, 멕시코, 콜롬비아, 이탈리아, 칠레, 필리핀 6개국 집중관리단체와 순차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저작권료 징수 체계를 구축해 정산 초기단계에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 넷플릭스 제공

창작자연대 소속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보상금을 수령한 감독은 전체 853명 가운데 333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2회 이상 받은 감독도 포함한 수치다.

이 같은 보상금은 국가별 법제와 해외 저작권관리단체(CMO)의 징수 범위에 따라 해외 OTT와 TV 방영, VOD·스트리밍, 사적복제보상금 등 해외에서 국내 창작자들의 영상저작물이 이용되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이 같은 보상금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미국작가조합 회원 자격으로 영화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를 통해 미국 넷플릭스에서 발생한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감독 역시 프랑스 저작권집중관리단체(SACD)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에서 OTT 플랫폼과 계약한 오리지널 영화나 시리즈의 경우 해외에서 이용되더라도 국내 감독과 작가 등에게 별도의 영상저작물 이용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창작자 측 주장이다.

이는 계약 과정에서 제작비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대신 영상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 계약'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통 편하게 만들어 놓은 관행…"정해놓은 계약 구조에서 선택"

영상 관련 창작자는 방송 영상제작자나 영화 영상제작자와 계약을 맺고 방송 영상 제작사는 방송사와, 영화 영상제작사는 투자·배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설, 미술, 음악 등과 달리 영상저작물을 원작자·시나리오 작가·감독·배우 등 여러 창작자간 협업으로 제작되는 종합예술작품으로 보고 있다.

여러 창작자가 각각 권리를 행사할 경우 영상저작물의 유통이 어려울 수 있어 영상제작자가 이용에 필요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특례를 두고 있다.

국내 저작권법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법 제100조(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에는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으면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영상저작물 이용에 필요한 권리에 대한 이용을 허락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다만 창작자 입장에서는 제작사나 OTT 플랫폼과의 계약 과정에서 별도의 특약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감독은 "신인이나 작품 선택권이 많지 않은 감독은 제작사나 OTT 플랫폼이 정해놓은 계약 구조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2023년 실시한 영화 창작자 창작환경 실태조사에서 특약을 체결한 영화감독은 9.3%에 불과했다.

이 같은 계약은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한국저작권관리위원회 박애란 변호사는 "법원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측은 "현행법은 영상제작에 대한 투자와 유통의 편의를 위해 저작자·실연자의 권리를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문제는 저작자·실연자가 제작사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위치에 있다 보니, 권리 양도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 별도 특약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상저작물 분야는 그동안 저작자·실연자가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 관행이 일반적이었고 이로 인해 작품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이용되는지와 무관하게 창작자들이 최초 계약 시점의 일회성 대가만 받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그 결과 작품이 최초 유통 창구를 벗어나 재방송, 해외 판매, OTT 공급 등으로 2차, 3차 유통돼도 그 수익에 대해서는 아무런 몫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제작사 망했는데…플라스틱 제조 회사가 저작권 주인?

스마트이미지 제공

영화계에서는 인센티브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계의 경우 1991년 KBS의 해외 비디오테이프 사업과 관련해 김수현 작가 등이 파업에 나선 이후 재방료와 관련한 특약이 한국방송작가협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영화계는 감독 개별 계약으로 이뤄지는 데다가 작품 흥행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DGK 측은 "영화진흥위원회의 202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감독(감독·작가 겸업 포함)은 53.6%, 시나리오 작가는 66.3%에 달했다"며 "지급 조건이 대부분 제작사 수익지분의 일부여서, 인센티브 지급의 전제조건인 흥행 성공의 문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저작권을 양도받은 제작사가 폐업하거나 저작권을 다른 업체에 넘기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중진 감독은 "제작사가 갑자기 없어지고 나서 과거 내가 만든 영화가 방영됐을 때 그 저작권료는 대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감독들 사이에서 나왔다"며 "제작사가 문을 닫게 됐을 때 그 권리를 다시 감독이 갖는다는 조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감독은 "저작권을 가진 제작사가 파산하거나 인수되는 경우 저작권의 소유 상태나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도 발생한다"며 "그러다보니 A영화의 저작권을 플라스틱 제조회사가 가지게 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저작물을 재산권으로 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박애란 변호사는 "폐업 당시 저작재산권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채권자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권리 처리를 이상하게 하면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한 노력을 다했는데도 찾지 못하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법정허락을 신청해 보상금을 공탁하고 이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법 개정논의, 창작자 생태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창작자연대는 최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조정식 국회의장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재정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유통이 확대되면서 K-콘텐츠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작품을 만든 창작자에게 수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회의장실 제공

이 같은 관행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이 급격히 위축된 데 이어,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매절 계약'이 늘어나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물론 매절 계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위축된 콘텐츠 산업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작품의 성과에 비해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DGK 측은 "창작자 보호라는 법의 기본 원칙이 정작 특례 조항에 막혀 작동하지 못하는 모순적 현실이 40년 가까이 구조화돼 왔다"며 "저작권법 개정 논의의 본질은 K-콘텐츠가 거둔 글로벌 성과가 국내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측도 "제작사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기존 계약질서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이용돼 발생한 성과에 대해 최소한의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가 궁극적으로는 창작자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K-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2011년부터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지난 2023년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제작사 측 반발로 무산됐다. 제작사들은 유통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위축과 사전 제작비 부담 등을 근거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다음 기획물에서는 제작사 측이 반대하는 이유를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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