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핵무장 무조건 안 돼? "가질 수도 있다, NCND 필요"

통일연구원 주최 원로 전문가 토론회 개최
박건영 "북핵 용인과 NPT 충돌 美 깨닫게 해야"
문정인 "가장 중요한 '국민적 합의' 쉽지 않아"
송민순 "작전통제권과 우라늄 농축에 집중해야"
홍용표 "북핵 진전 없이 반발 부작용 상당할 것"

연합뉴스

미국이 향후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핵을 용인할 경우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이제는 핵무장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가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박건영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11일 '전환기의 한반도-통일인가 평화인가'를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향후 북한 핵을 용인하고 유사시 확장억제를 충분하게 행사하지 않을 경우를 상상해 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핵무장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영 교수는 "저는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면서도 "미국이 이런 방향으로 계속 진전을 한다면 한국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핵무장론에 대해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건영 교수는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과거처럼 핵을 안 가질 것이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가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나오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NPT에 대한 도전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만큼 한국이 이를 역이용하는 옵션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NPT를 놓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결국에는 북핵 용인이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NPT 체제를 지켜야하는 미국의 전략적 기조와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런 발언들이 충돌한다는 것을 트럼프 정부가 이해하게 된다면,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전술 전략으로서 '무조건적인 핵무장 반대 입장'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 문제로 논쟁해서 한미관계에 장애를 가져오고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의 대북 핵 억지력이 잘 작동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문정인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입구에 놓으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으니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을 우선) 중단하고 감축하자는 게 정부 방안으로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라며 다만 "이는 북이 잠정적인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건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 국내 정치적 기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도 "우리가 핵을 갖겠다고 하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며 이 보다는 미국과 관계를 '자립형동맹'으로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작전통제권을 한국이 가져오고, NPT 내에서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작전통제권 환수와 우라늄 농축 능력 확보에 정부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작전통제권 환수는 제2의 창군과도 같은 어려운 과정으로 여기에 집중을 해야 무엇이라도 할 텐데 사관학교 문제까지 들고 나와 주의가 흐트러지고 기력이 빠지게 됐다"며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잘못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대해서도 "핵무기가 없는데 핵잠이 있는 나라는 아무 데도 없다"며 "미 의회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을 텐데, '레드 헤링'(중요한 문제에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게 만드는 사안)처럼 목표를 향해 가다 샛길로 빠지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의 핵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핵 잠재력을 키우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계속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핵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어야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을 설득해 남북관계에서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지 북한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데 북한과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반발과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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