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로 사라진 나, '조각도시'서 범죄자로 몰린 나[왓더OTT]

[시리즈 vs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vs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
나를 지워버린 세상…'들쥐'가 던진 정체성 공포
평범한 인생을 조각낸 '조각도시'…액션 확장

좌측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 넷플릭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영업사원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레고르 자신의 내면은 변하지 않았지만, 가족과 사회는 더 이상 그를 어제의 그레고르로 바라보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스스로 믿어온 정체성도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와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도 평범했던 삶이 한순간에 뒤틀리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들쥐'에서는 또 다른 '나'가 거리를 활보하고, '조각도시'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순식간에 범죄자로 몰리며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으로 정체성에 균열이 생기는 두 작품을 조명한다.

나를 지워버린 세상…'들쥐'가 던진 정체성 공포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까지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제문재(류준열)와 돈을 되찾으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넷플릭스 제공

매일 같은 악몽을 꾸고 있는 제문재(류준열).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 뒤에는 공황 증세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비운의 은둔 작가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매일 같은 공간에서 정해진 일상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 무료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모든 정보가 담긴 휴대폰이 해킹되고 지문 인식마저 되지 않는다. 바깥세상과 유일한 창구였던 친구이자 회계사 손수현(무진성)과의 연락까지 끊긴다.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노자(설경구)의 추격을 받지만, 두 사람은 결국 진실을 좇는다.

작품은 '쥐가 손톱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한국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여기에 자신을 흉내 낸 존재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설정을 현대적으로 비틀었다. 이들의 뒤를 쫓는 형사 박순용(이규형)은 민호(이찬용)에게 말한다.

"컴퓨터에 기록된 건 싹 다 위조 가능. 차라리 옛날에 종이에 직접 적어놓던 시절이 좋았던 거다. 시간 지나 쌓인 먼지는 조작이 불가능하거든."

넷플릭스 제공

작품 곳곳에서는 인물의 심리를 클로즈업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동시에 다양한 렌즈를 활용하며 얼굴의 왜곡을 시도하는 등 인물의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류준열과 설경구도 의외의 얼굴이 나왔다고 감탄했다.

작품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더 들어가고 더 들어가다 보니 타이트하게 갔다"며 "노자의 경우 열받은 표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포물의 표본인 영화 '싸이코'(1962)처럼 직접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공포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들쥐'가 살아가는 세계를 굴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조명에도 색채 대비를 시도했다. 음악에도 레퀴엠을 활용하는 등 공을 들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박순용의 가족사가 상대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매회 새로운 단서를 던지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편집 방식은 긴 호흡의 시리즈를 끌고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좋은 사람도 없지만 나쁜 사람도 없다"며 "주변 사람들이 한 인물의 정체성을 과연 어떻게 찾아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김홍선 감독 연출. 류준열·설경구·이규형 출연. 총 10부작. 청소년관람불가.

한줄평: 모두의 정체성 추격전.

평범한 인생을 조각낸 '조각도시'…액션 확장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박태중(지창욱)이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매일 일분일초 성실하게 살아온 박태중(지창욱)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몰린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결정적인 증거까지 등장하면서 박태중은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수감된 박태중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사건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걸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설계하는 안요한(도경수)의 존재를 파악한다.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덕수(양동근)도 박태중을 여러 차례 제거하려 하지만 그는 결국 교도소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노용식(김종수)과 그의 딸 노은비(조윤수)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고 이 사건의 진범은 백도경(이광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조각도시'는 2017년 개봉된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시리즈의 긴 호흡을 활용해 인물 간 관계와 사건의 배경을 확장했다. 교도소와 관제탑, 선상, 터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액션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액션캠과 드론 등 다양한 카메라를 활용했고, 카체이싱 액션은 끊어서 촬영한 뒤 롱테이크 신처럼 붙여 속도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한 도경수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지창욱도 "경수가 가끔 눈이 돌아가 있을 때가 있다"며 "진짜 저걸로 나를 때리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말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창욱의 다양한 액션은 물론, 도경수, 양동근, 이광수, 음문석 등 남다른 악역의 존재감 또한 눈길을 끈다. 다만, 작품 중반부 죄수들을 한곳에 모아 게임을 벌이게 하는 전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켜 아쉬움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작품만의 차별점인 디지털 범죄 조작이라는 핵심 소재가 상대적으로 희미해진다.

영화에 이어 시리즈까지 집필한 오상호 작가는 "1, 2회에서는 법정 드라마 같은 쾌감을 주고 싶었고 3, 4회에서는 스릴러적 쾌감에 집중을 했다"며 "재미있는 오락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 박신우·김창주 공동 연출. 지창욱·도경수·김종수·조윤수·이광수 출연. 총 12부작. 청소년 관람불가.

한줄평: 끼워 맞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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