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월 9차 당 대회에서 개정한 당 규약은 '두 국가'를 제도화했으나 당초 언급된 '적대관계, 교전국 관계'는 표현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적대적 두 국가'기조에서 '적대성'과 '두 국가 관계'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 반해 북한의 개정 당 규약은 "북한의 새로운 대남전략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개정 조선노동당 규약 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오경섭 연구위원이 교전국 관계를 반영한 당 규약으로 평가하는 근거는 이번에 처음 명기된 '전시조항'이다.
오 연구위원은 "전시 관련 규정은 제9차 당 대회 당 규약 개정에서 처음 등장했다"며 "그러므로 당 규약에서 전시 관련 규정을 넣은 것은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 당 규약은 제15조에서 '전시에는 선거를 하지 않고 당지도 기관 성원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27조에서는 "전시에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위임에 따라 당 앞에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당 규약은 서문에 '조국보위', '조국통일대사변' 등과 같이 '통일전쟁'을 상정한 표현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전시조항을 두지는 않았다. 북한의 전시규범이 '준전시사업세칙'와 '전시사업세칙' 등의 형태로 있었지 관련 내용을 당 규약에 명문화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당 규약에 전시조항을 넣은 것은 조선노동당원들이 남북의 교전국 관계를 상기하며 당 생활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개정 헌법과 당 규약에 문자 그대로 '적대 관계'라는 표현이 없다고 해서 적대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 위원장이 제기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후속조치로 헌법과 당 규정 개정이 이뤄진 것인 만큼 적대성과 두 국가관계를 분리해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12월 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 기조를 밝히며 영토조항과 전시평정, 제1적대국 교양 등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개정 헌법과 당 규약은 영토 조항 신설과 통일·민족 등 대남 관련 내용의 삭제처럼 두 국가 관계를 분명하게 반영하면서도 '전시평정'과 '제1적대국 교양'과 같은 표현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이는 "적대성이나 교전국 관계와 같은 표현이 당 규약에 명문화지 않은 것"으로 "북한 나름대로 두 국가 원칙하에 향후 남북관계에서 어떤 접점이나 여지의 공간을 남겨놓은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분석에 대해 오 연구위원은 "이번 당 규약 개정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의 명문화, 전쟁 대비체제의 제도화"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인 만큼, 향후 전문가들의 논쟁이 예상된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개정 헌법과 당 규약에 반영된 김정은의 대남·통일 전략은 한류 통제와 친남한화 근절을 위한 내부 통제전략이고 핵 무력 건설 및 사용을 위한 명분 쌓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