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알마티 고려문화원장은 최근 한국인들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대해 "몽골의 대초원과 알프스의 아름다운 계곡을 합쳐놓은 곳"이라며 "알마티에 오면 그것들을 동시에 다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8일 CBS 유튜브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해 "카자흐스탄은 접근성도 뛰어나고 천산산맥의 아름다운 계곡과 만년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침엽 수림이 있는 동시에 사막과 대초원도 있다"며 "반경 200㎞ 이내에서 그런 것들을 다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매력들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최근 3~4년 전부터, 특히 코로나19 이후 굉장히 인기가 높은 여행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송인 전현무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 여행 관광의 핵심은 알마티와 알마티주"라며 "알마티는 천산산맥을 마치 동네 뒷산처럼 바로 두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인기 있는 여행지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로, 지금도 최대 도시이자 경제 및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알마티를 '유라시아에 핀 러시아의 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알마티에 딱 내리면 '여기가 중앙아시아인가, 내가 지금 동유럽에 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마티는 숲속에 있는 도시"라며 "아름드리 가로수가 있고 제정 러시아 시절과 소련 시절 만들어진 건물들이 있어 고색창연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배어 나오는 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시내를 벗어나면 이제 대자연"이라며 "카자흐스탄 하면 대자연이고, 아름다운 계곡과 만년설, 다양한 트레킹 루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른 캐년에 대해서는 "서부 영화에서 악당이 말을 타고 총을 들고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불과 얼마 안 떨어진 곳에는 '노래하는 사막'도 있다"며 "몽골의 대초원과 알프스의 아름다운 계곡을 합쳐놓은 곳이 알마티다. 오면 그것들을 동시에 다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계절마다 여행의 색깔도 달라진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은 사계절이 다 좋다"며 "4월에는 초원에 야생화가 정말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5월에는 온 초원 들판이 붉은 야생 양귀비로 뒤덮인다"고 말했다.
6~8월에는 천산산맥 계곡과 만년설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는 "한여름임에도 고개를 들면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있다"며 "곤돌라를 타고 40~50분이면 해발 3200m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이면 알마티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며 "6·7·8월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볼 수 있다는 게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가을에는 천산산맥의 산중 호수와 자작나무를 비롯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로는 양고기를 첫손에 꼽았다. 김 원장은 "뭐니 뭐니 해도 양고기"라며 양고기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굽는 '샤슬릭'을 추천했다.
그는 "샤슬릭은 숯불에 굽기 때문에 모든 한국인들이 다 좋아한다"며 "'양고기가 이렇게 맛있었나, 양고기가 냄새 난다고 하던데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대부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양이나 소, 말고기를 삶아 밀가루 음식과 함께 먹는 카자흐 전통 음식과 중앙아시아식 면 요리 '라그만'도 추천했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은 밀 수출국이라 밀이 좋고 그렇기 때문에 빵도 맛있다"며 "카자흐스탄에 오시면 면 요리도 꼭 드셔보시기를 권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95년 알마티 국립대 조선어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30년 넘게 현지에서 생활해 온 국내에선 카자흐스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연구와 삶의 경험을 집대성한 신간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카자흐스탄을 우리 국내에 조금 더 종합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욕구들이 계속 있었다"며 "한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목차를 잡고 실질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책으로 정리돼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는 카자흐 초원의 역사와 현대 국가의 탄생 과정, 산업과 경제, 자원, 외교뿐 아니라 현지 고려인 사회의 역사까지 담겼다. 김 원장은 "현대 국가 카자흐스탄의 탄생과 성장을 이해하려면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 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아야 한다"며 "그걸 알아야 현대 국가 카자흐스탄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12월 16일 소련 해체 과정에서 독립해 올해 독립 35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9번째로 영토가 넓고, 남한의 약 27배, 한반도의 약 13배에 달한다. 국토 일부는 유럽에 포함돼 있어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유라시아의 교차로'라는 특성도 갖는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은 우리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나라"라며 "반대로 카자흐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자신들이 갖고 있지 못한 걸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광활한 대초원"이라며 "그 광활한 국토에서 나오는 카자흐 사람들의 품이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자흐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유목민으로 살아왔다"며 "한반도에서 주로 농경을 하면서 살아왔던 우리와는 굉장히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외국에 왔는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해보면 굉장히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는 고려인이다. 1937년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고 홍범도 장군 역시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했다.
김 원장은 2027년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을 앞두고 현지 고려인 사회가 카자흐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K파크'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카자흐인들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강제이주해 온 고려인들에게 자신들이 먹던 빵을 나눠줬던 일을 언급하며 "카자흐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헥타르 되는 부지를 확보했다"며 "순수히 고려인 동포들의 힘으로 카자흐인들에 대한 감사를 기념하는 조형물도 들어서고 우리 동포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박물관도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사도 시작된 상태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이 여행지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측면에서도 한국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국과 국경을 맞댄 가운데 미국 등 서방 국가와도 관계를 만들어가야 했다.
김 원장은 "신생 독립국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데 굉장히 쉽지 않은 고난도 함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카자흐스탄은 멀티 벡터 외교 노선을 일찌감치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권국가로서 외교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안보 위협을 제거해 나가고 어느 한 국가에 기울어지지 않는 균형 외교의 원칙을 유지해 왔다"며 "경제력에 비해 훨씬 더 국제사회에서 카자흐스탄의 위상이나 국제정치에서의 발언권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덩치보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더 크다"며 "이런 부분은 우리가 조금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의 핵 포기 경험도 언급했다.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에는 대규모 핵실험장이 있었고 지상·지하·공중 핵실험이 이뤄졌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 내에서는 당시 핵무기를 포기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이 미국·러시아와 협력해 핵무기를 러시아로 반출하고 안보와 경제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며 "그게 오늘날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에서 선두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 여행을 고민하는 한국인들에게 "노래하는 사막도 꼭 가보고, 차른캐년도 가보고, 해발 3200m까지 올라가 만년설도 만져보시라"며 "한여름에 눈을 만져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이어 "알마티 시내에서 맛있는 샤슬릭도 드시면서 마음이 따뜻한 카자흐 사람들도 한번 만나보시기를 권해드린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CBS 질문하는 기자'를 구독하시면 전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