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위기, 간접수출로 돌파… 아세안, '커넥터 국가' 급부상

연합뉴스

2017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 이후 제3국 생산망을 활용한 한국의 대미·대중 간접수출 공급망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에 대한 간접수출 파트너가 중국에서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교체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UN총회 표결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수 국가가 지정학적(정치·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쪽에 가까워진 반면, 지경학적(경제·안보) 측면에서는 국가·지역별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BOK 이슈노트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발췌

특히 글로벌 교역은 과거 냉전기(1947~1990년)와 같은 전면적인 블록화로 이어지지 않고 미·중 양국과 연결된 베트남·인도·멕시코 등 '커넥터 국가'가 생산·조달 네트워크의 중간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글로벌 경제 연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도 베트남 등 커넥터 국가의 생산망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시장과 연결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OECD 국제산업연관표(ICIO)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로부터 얻은 부가가치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최종수요(소비·투자)와 연결된 비중은 2016년 11.1%, 7.3%에서 2022년에는 18.5%, 13.9%로 각각 높아졌다.

특히, 한국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에서는 미국(12.8%→21.0%), 중국(11.2%→19.4%)로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한국산 전자·반도체 관련 중간재가 베트남에서 생산·가공된 뒤 미·중 양대 시장에서의 최종수요와 연결되는 정도가 이전보다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BOK 이슈노트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발췌

한국의 미국 직접수출 비중(2016년 73.1%→2022년 72.4%)이 대체로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미 간접수출을 위한 커넥터 파트너는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산 중간재가 제3국의 생산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에서 중국 경유 비중은 10.7%에서 6.8%로 떨어진 반면, 베트남 등 아세안5국 경유 비중은 높아짐 4.9%에서 8.3%로 높아졌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업종에서도 2022년 아세안5국 경유 비중이 18.6%로 중국(17.0%)을 넘어섰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투자 측면에서도 대미 직접투자를 가장 많이 늘리는 한편, 베트남 등 아세안의 기존 생산 기반을 유지·확충하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중국 내 제조업 투자는 2018~19년을 전후해 둔화되는 흐름이다.
 
한은은 "한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세안 생산 거점을 단순한 역내 생산·가공 기지를 넘어 주요 역외 최종시장과의 경제적 연계를 유지·확대하는 경로로 활용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충격 발생 시 생산·수출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 등 공급망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아세안 현지 생산을 거쳐 한국 기업과 국내 중간재 수요에까지 미칠 수 있는 리스크도 커졌다"면서 "특정 생산 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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