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대장동 개발 의혹과의 연결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악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법정에서 "담당 검사가 '김승원 국회의원 옷을 꼭 벗기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도 파악됐다. 애초부터 진보 진영을 겨냥한 '기획 수사'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13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서울서부지검의 2022년 11월 28일자 수사보고서에는 김 후보자의 정치적 이력과 대장동 사건 관련 인맥이 상세히 담겼다. 이는 대검찰청 첩보를 통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수사 착수 직후 작성한 문건이다.
해당 보고서는 김 후보자를 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자 '친이재명계'로 분류했다. 또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 소속', '2021년 이재명 대선캠프 합류' 등의 이력을 명시했다. 특히 '수원 수성고 출신 학맥'이라는 별도의 표를 만들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고문을 지낸 원유철 전 의원,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안민석 당시 의원 등을 나열했다. 식약처 로비라는 사건 본질과 무관한 '야당 지도부 및 대장동 인물 관계망' 파악이 수사의 첫 단추였던 셈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한 의문은 김 후보자도 법정에서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강세찬 제넨셀 대표와 브로커 양모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담당 검사가 "김승원 국회의원 옷을 꼭 벗기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양OO 대표도 그렇고 주위를 세게 수사했다고 듣기는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수사의 출발점도 문제 삼았다. 양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고발인이 자신에 대해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만나 골프를 치고 1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주장을 폈고, 여기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최근 수사 기록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너무 터무니없는 것으로 수사가 시작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수사 도중 담당 부서가 바뀐 경위도 주목된다. 사건은 애초 식품의약범죄 전문 부서인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맡았다. 그러나 2023년 9월 '친윤'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진동 검사장이 서부지검장으로 부임한 직후 형사5부로 재배당됐다. 형사5부는 정치인과 기업 비리 등 반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이후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끝에 강세찬 제넨셀 대표 신병을 확보했지만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 모두 기각됐다. 수사팀은 2024년 8월 김 후보자를 소환 조사한 뒤 기소 계획을 대검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검의 보완 요구를 거쳐 같은 해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당시 검찰 내 상황을 잘 아는 인사는 사건 재배당 배경에 관해 "식약부(식품의약범죄조사부)와 식약처의 업무상 긴밀성을 고려한 조처"라면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한 판단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수사팀의 기소 계획 보고에 대해 대검이 '실제 금품 수수가 없었는데도 알선 혐의로 형사처벌한 전례가 있는지 검토하라'는 취지의 보완을 요구했고, 유사 판례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안을 보면 벌금형 구형이 적정했지만 가장 낮은 형량이 징역형이었기 때문에 기소 자체를 고민했다는 취지다.
반부패 전담 부서와 검사 10여명을 투입한 수사는 결국 김 후보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는 15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수사의 착수 배경과 진행 과정을 둘러싼 '표적 수사'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