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앞선 이진숙·강선우·이혜훈 전 장관 후보자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4번째 낙마 사례다. 그중에서도 용 후보자의 경우 유일하게 인사청문회조차 거치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당장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부실을 문제 삼고 나섰다. 후보자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인사 라인 전반의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공세는 격화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13일 용혜인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 인사 라인의 명백한 검증 실패"라고 저격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용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하기 전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괜찮겠냐'는 아주 간단한 질문만 던졌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청와대는 인사 검증의 기본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용 후보자의 겸직 의사는 정부·여당에서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고 용 후보자가 입장을 되풀이할 때마다 민주당이 난색을 보이며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히 바라보겠다"고 거리를 둔 것도 그렇다. 보다 못한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결국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끌어냈다.
정치권에서는 용 후보자와의 이같은 '엇박자'가 결과적으로 인사 검증 시스템의 부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하듯 파헤쳐야 확인할 수 있는 비위나 비리가 아닌 후보자의 단순 의사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한 건 검증 절차 어딘가에 구멍이 났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그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들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용 후보자의 사퇴 직후 "왜 호미로 막을 걸 불도저로 막는 민주당이 됐는가"라며 "(후보자) 선정도 신중해야지만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 이번 추천된 일곱 후보자 중 부동산 등 비교적 검증이 용이한 부분까지 국민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고 꼬집었다. 비난이 대통령에게 향한다면 '인사 라인의 책임'이라는 말도 남겼다.
용 후보자 낙마로 재점화된 부실 검증 논란은 각종 의혹에 놓인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는 번번이 참사다. 이제 궁색한 해명과 침묵으로 상황을 모면할 단계는 지났다"며 "용 후보자를 버렸다고 김 후보자까지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의혹과 논란은 김 후보자가 용 후보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며 "한 사람의 사퇴로 다른 한 사람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김 후보자 역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14일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동안 김 후보자를 향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약 로비 의혹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바라보는 김 후보자의 입장까지 압박하며 전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김승원 지키기'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다음달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만큼 법무부 장관 자리를 더 이상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김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최근 김민석 대표는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김 후보자 사수를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