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장들 '속도조절론'에 반도체 휘청…코스피 3%대 급락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와 국제유가 상승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까지 겹치면서 코스피가 3% 넘게 급락하며 마감했다. 외국인이 3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3.14% 급락 출발한 뒤 6654.82까지 밀리며 낙폭을 3.69%까지 키웠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6773.97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밀리며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05% 내린 24만 9천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전장보다 6.35% 내린 169만 7천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일시적으로 168만 6천원(-6.9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AI 수장들 '속도조절론'…반도체 투심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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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운 것은 글로벌 AI 업계에서 불거진 '개발 속도조절론'이었다. 지난 주말 그간 AI 개발을 놓고 경쟁해온 앤트로픽, 오픈AI, 스페이스X,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들이 잇달아 AI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했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나는 오랫동안 업계가 이 기술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이에 동조했다.

AI 기술의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7월 오픈AI의 AI 에이전트가 테스트 환경을 벗어나 허깅페이스를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앤트로픽의 한 연구원이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 AI 업계 수장들까지 잇달아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에서는 AI 개발 경쟁 둔화가 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발언을 AI 산업의 중단이나 투자 축소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프런티어 모델의 개발 속도를 안전성 검증 수준에 맞추자는 취지인 만큼 AI 인프라 투자 둔화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3.3조 '팔자'…금리·유가까지 겹악재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도 지수를 압박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2995억원 넘게 순매도 했고, 기관도 1조 1715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2조 9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 1위와 2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조 652억원, 삼성전자를 8482억원 순매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3% 올라 시장 예상치인 0.2%를 웃돌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터치하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중동발 유가 불안도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이란과 걸프국 외무장관급 회의가 연기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8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고유가가 물가 압력을 자극해 미국의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호르무즈 통항 회의가 연기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브렌트유가 108달러를 재돌파한 데 이어 아모데이·올트먼·머스크의 AI 개발 속도 조절 발언으로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랭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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