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브로커 등에게 속아 임상시험 청탁에 나섰을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도 1년 가까이 수사를 끌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초기부터 당시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김 후보자를 뇌물과 향응 수수의 '핵심 인물'로 특정해 무리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서울서부지검 수사기록을 보면, 검찰은 2023년 11월 30일자 수사보고서에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씨가 브로커 양모씨와 김 후보자에게 조작된 데이터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검찰이 주목한 것은 김 후보자가 양씨로부터 제공받은 치료제 개발 자료다. 검찰은 해당 자료에 대해 "햄스터 모델에서 체중 감소 및 체온 조절 효과가 확인된 것처럼, 정상적 실험을 통해 폐병변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처럼 기재됐다"라며 "강씨가 비임상 및 임상 결과를 부풀려 마치 효능이 뚜렷한 것처럼 김 후보자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자가 '단순 민원 전달자'이자 강씨 허위 자료의 피해자일 수 있음을 검찰 스스로 의심했던 대목이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양씨의 업체 투자를 돕기 위해 식약처장에게 청탁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강씨가 마치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속였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라면, 이 또한 사건의 현상, 강씨의 죄질에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이듬해인 2024년 8월 검찰 조사에서도 '정상적인 치료제 개발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 김 후보자는 "해외에서는 더 빨리 진행되는데 국내는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종이 아닌 임상이었고, 양씨로부터 받은 자료에도 데이터가 좋다는 내용이 확인돼 부담 없이 식약처장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소환 조사 이후 4개월여가 지난 그해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의 이런 처분은 애초 김 후보자를 이 사건 로비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설정하고 수사를 벌인 것과는 일면 배치되는 대목으로 읽힌다.
수사 초기인 2023년 1월 작성된 수사팀 내부 문건을 보면 검찰은 김 후보자가 '선거 자금줄'로 강씨를 소개받은 뒤, 그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약속받고 김강립 전 식약처장에게 골프 등 향응을 접대해 임상시험을 알선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단순 민원 전달이 아닌 대가성 있는 청탁을 처음부터 의심한 것이다. 아울러 브로커 양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선별 키워드로 '김승원', '민주당' 등을 입력해 우선 추출한 사실도 수사기록을 통해 파악됐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 사건이 정치적 표적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던 흔적도 나왔다. 같은 시기(2023년 1월) 작성된 문건에는 "본건은 현직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김승원 등이 연루된 사안으로 향후 수사의 정당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최대한 수사절차를 시비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별건 압수수색 논란 등 절차적 시비를 피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를 주문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김 후보자가 조작된 정보에 속았을 정황을 일찌감치 포착하고도 김 후보자를 상대로 1년여간 수사를 벌였고, 김 후보자가 신약 로비 의혹의 주요 고리라는 수사 초기의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 채 '혐의없음(불기소)'이 아닌 '기소유예'로 사건을 끝낸 것이다. 여야는 15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표적 수사 논란과 이 같은 최종 처분의 적절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