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 법정으로…아버지·담당 경찰관 증인신문(종합)

광주지법, 장윤기 아버지·SUV 촬영 경찰관 등 증인 채택
전 형사과장·광주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도 증인신문 추진

연합뉴스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경찰의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을 둘러싸고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법정에 설 예정이다.

당시 경찰이 40㎝ 길이의 결박 도구인 케이블타이와 성인 인형인 리얼돌의 증거 가치를 실제로 인식했는지, 이후 SUV 압수수색 영상 삭제가 증거 은폐를 위한 것이었는지가 향후 공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은닉 방조,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 경감과 팀원 A 경사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장윤기 사건' 강력팀장, 영상 삭제만 인정…증거인멸 등 부인

이날 박 경감 측은 장윤기의 차량 위치와 주거지 정보를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케이블타이와 리얼돌을 확보하지 못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이를 핵심 증거로 인식하지 못했고 증거인멸을 도울 고의도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박 경감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사후 내용들을 가지고 경찰 수사가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케이블타이 등 증거들이 기록돼 있고 수사를 모두 마치고 증거 인계 등을 한 것이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또 당시 수사팀이 장윤기 사건을 단순 살인으로 보고 흉기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케이블타이와 리얼돌의 증거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7월 수사팀원에게 SUV 압수수색 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검찰이 장윤기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한 뒤 초기 수사에 대한 징계를 우려해 삭제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 SUV 촬영 경찰관·장윤기 아버지 증인 채택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장윤기의 SUV 압수수색 당시 차량 내부와 케이블타이 등을 촬영한 수사팀원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해당 팀원은 당시 박 경감이 현장에서 케이블타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했는지를 확인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인 장모 경감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은 박 경감 등이 차량 위치와 주거지, 수사 상황 등을 장 경감에게 알려줘 케이블타이와 리얼돌 등 증거의 은닉·폐기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경감은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아들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검찰은 수사팀 경찰관들이 장 경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증거인멸을 도왔는지를 이번 재판에서 따지고 있다.

박 경감 측은 장윤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무렵 새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부임한 B 경정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변호인 측은 B 경정이 사건 송치 이후 수사팀원들의 진술과 사건 경위를 비교적 객관적인 위치에서 검토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경찰청 과학수사 관계자에 대한 증인신문도 추진된다. 해당 관계자는 장윤기 사건과 관련한 의견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케이블타이의 증거 가치 등에 대한 판단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공판에서는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사 초기 박 경감 등이 케이블타이와 리얼돌의 증거 가치를 인식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이를 알고도 확보하지 않았는지, 장윤기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전달한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 등에 해당하는지, 영상 삭제 지시에 증거 은폐 의도가 있었는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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