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里長 2.5% 전국 꼴찌…해법은 '성평등 마을'

[시사매거진 제주 – 아이엠 오피니언]
국가인권위 조사, 전국 평균 8.43% 대비 현저히 낮아…제도 개선 시급
제주4.3 이후 형성된 성비 불균형과 전통적 성별 분리 체계가 배경
지역구 30% 여성공천의무제 등 적극적 조치 도입 목소리
가부장적 마을 문화, 청년 여성 지역 이탈 부추겨…농어촌 위기 심화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얼마 전 국가인권위가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기초자치단체의 여성 이장 비율이 8.4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요. 그중에서도 제주 지역의 여성 이장 비율은 2.54%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역사적으로 '여다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가 왜 유독 여성 대표성이 낮은지, 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류도성> 이 코너에서도 성평등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요. 전국 수준과 비교해 보니 제주 지역의 여성 이장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군요. 이번 국가인권위의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강경숙> 국가인권위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28,517개 행정리에서 이루어진 이장 선출·임명 결과를 살펴보았는데요. 이 가운데 남성 이장은 90.61%, 여성 이장은 8.43%였습니다. 지역별 여성 이장 비율은 경상남도가 11.58%로 가장 높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2.54%로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기준이 외형상 성별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구 대표로서 세대주 지위였던 관행과 결합할 경우, 여성의 투표권과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간접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리(里) 개발위원회 등 마을의 주요 기구와 비공식적 인적 네트워크가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경우에는 여성이 이장 선출 과정에 접근하는 단계에서부터 구조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장 선출 및 임명에서 특정 성별에 불리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와 규칙을 검토하고, 특히 주민총회 의결 자격에서 여성 주민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규정을 폐지하여 성별과 관계없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류도성> 이러한 문제로 인해 제주 지역에서도 성평등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성평등 마을 규약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규약이 바뀌면 많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요? 
 
◆강경숙> 규약 개정 작업은 성평등 마을 조성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이러한 성별 불균형을 기초자치단체의 규칙이나 마을회 정관의 직접적인 결과로만 단정하기보다, 오랜 사회문화적 관행과 가사·돌봄 부담의 성별 불균형, 남성 중심의 비공식 네트워크 그리고 여성의 리더십 형성 경로 부족 등의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이장 협의회 등을 통하여 마을회 정관 등에 특정 성별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해당 정관을 성평등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마을 개발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였습니다. 
 
또한, 기초 행정단위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특정 성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지역 의제를 다양화하고 확장하는 것이며, 민주적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며 공공부문의 의사결정 과정에 성별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유독 제주 지역의 여성 이장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경숙> 이에 관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만, 우선 저는 제주의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제주 지역의 전통적인 성별 분리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주도의 성별 분리 체계는 공(公)-사(私)로 구분되는 근대적 성별 분리 체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주 지역의 경우 역사적으로 '공적영역은 남성-사적영역은 여성'으로 나뉘는 근대적 성별 분리 체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별 체계를 형성해 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제주 지역의 경우 공적영역인 '노동'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영역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제주4·3'과 같은 전쟁과 재난으로 인한 제주도 인구의 성비 불균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제주 남성의 지위는 보다 강화된 한편, 여성 노동 또한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주 지역의 공적영역은 크게 '의례 또는 정치'와 '노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의례'가 남성의 영역이라면 '노동'은 여성의 영역으로, 그러나 이 두 영역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의례'가 '노동'의 영역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의례와 정치'는 남성의 성별화된 영역으로 굳어졌고, 이러한 관습이 제도와 문화에 반영되어, 특히 현재 제주의 농어촌 마을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 지역은 도지사나 국회의원, 도의원 등 최고 의사결정 구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결정권이 지나치게 낮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과 지역 단위 의사결정 구조는 지방의회 진출의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마을 단위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 자료사진

 
◇류도성>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나 의사결정 구조에서의 여성 과소 대표성의 문제는 제주 지역 전체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제주 지역의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는 어떠한 개선 노력이 필요할까요?
 
◆강경숙> 무엇보다 제주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와 촉진 방안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2021년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실시한 「제주지역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 방안」 연구는 이에 관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여성 정치인에 대해 '누구의 부인'이 아닌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개선과 성평등 문화 확산이 필요합니다. 
 
제주 지역의 여성 정치인들은 선거에 참여하면서부터 '누구의 부인' 또는 '딸'로 인식되며, 가족의 성 역할 기대로 인해 가족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하는데요. 마을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표임에도 마을 포제와 같은 공식 의례에서 배제되는 등 리더에 대한 '예우'를 해주지 않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정당조직 내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지지가 결여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환경 조성을 위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둘째, '청년회'와 '부녀회' 등 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평등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제주에서 청년회는 정치계에 입문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청년회 출신이 제주도당 내 청년위원장으로 그리고 정치 출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여성들은 '부녀회', 남성들은 '청년회'가 불문율인 것처럼 여겨지며, 여성들은 정치계로 이어지는 지역 인적 연결망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 여성들의 의사결정 조직 참여 증진을 위해 청년회의 여성 참여 강화와 부녀회의 여성 리더 양성 역할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류도성> 제주 여성의 정치 및 의사결정 참여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강경숙>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여성 정치 플랫폼과 정치교육 시스템 마련이 필요합니다. 여성 정치인의 발굴 및 양성 등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당과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여 여성 정치 및 성평등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여성의 정치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훈련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차원에서 지역구 30% 여성공천의무제의 추진이 필요합니다. 제주 여성의 정치 대표성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여성공천의무제와 비례대표제와 같은 적극적 조치인데요. 이러한 적극적 조치 없이는 여성 정치인의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역구 30% 여성공천의무제를 의무 규정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법제화하고 정당별 공약사항 등으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끝으로 성평등한 마을이 농어촌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요?
 
◆강경숙> 성평등한 마을을 만드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평등한 농촌을 만들어야 젊은 사람들도 농촌에서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특히, 청년 여성들이 농어촌이나 지역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성 중심 문화, 가부장적인 문화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평등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젊은 세대들도 마을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실제로 '이주'나 '귀향'과 같은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농어촌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주민들이 먼저 변화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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