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만 국토연구원장이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주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국토 균형발전과 주거 정책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탁과제에 의존해온 연구 관행에서도 벗어나 장기적이고 선도적인 정책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임 원장은 15일 세종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정부가 예산으로 연구원 인건비와 운영경비를 지급하면서 기존 PBS(연구과제중심제도)가 폐지됐다"며 "예산 확보를 목적으로 연구원 정체성과 거리가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은 지양하고 국민이 부여한 임무에 충실하면서 연구의 품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존 수탁과제 중심의 평가체계도 개편한다. 우수한 연구 성과가 정책 당국자뿐 아니라 언론과 국민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연구 성과 평가와 활용 방식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연구원의 최우선 과제로는 '국토 균형발전'과 '주거 안정'을 꼽았다. 임 원장은 수도권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이 균형발전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에 집이 부족하다고 해서 마구 지으면 지방에 계신 분들 보고 서울에 와서 살라는 얘기 아니냐"며 "이런 점들이 굉장히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아무리 주택을 많이 지어도 수도권으로 모든 자본과 자원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주거 시장 안정이 어렵다"며 "교육, 연금, 의료 등 모든 정책이 국토 균형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7월 임 원장 취임 직후 주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주거기본권특별연구단'을 신설했다. 연구단은 유엔 해비타트가 강조하는 주거기본권인 점유 안정성, 부담 가능성, 거주 적정성 등의 관점에서 주거 안정 방안을 연구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메가프로젝트와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국토연구원은 공간계획을 담당한다. 임 원장은 "산업연구원 등이 이전할 산업과 기관의 대상을 연구한다면 국토연구원은 해당 거점이 60분 내 이동 가능한 생활권이 되도록 공간계획을 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에 반도체 팹이 들어간다면 어디에 들어갈 것이며 사람들은 어디서 살 것인지, 관련 생활서비스 시설과 교통계획, 다른 혁신도시나 산업단지와의 연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에 대해서는 절충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 원장은 "김윤덕 장관이 용산공원 일부에 주택을 공급하자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의가 안 됐다"며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일부 가능한 지역만 하자고 하는데 그 정도는 타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5차 기본계획 변경이 필요한데 국토부와 서울시의 논의가 끝나야 추후 계획에 따른 변경이 가능해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